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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톱' 옷 입은 아스널이 '4·16' 징크스 넘으려면?

[이종현의 B급 씬] 징크스 넘기 위해 필요한 아스널의 숙제

16.12.15 13:41최종업데이트16.12.1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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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거 감독에겐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 아스널


최근 가장 고민에 빠졌을 감독을 꼽자면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을 이야기할 수 있다. 지난 12일 UEFA(유럽축구연맹) UCL(챔피언스리그) 16강 대진이 발표된 직후 아스널은 5년 만에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지만 '이러려고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나 자괴감이 들어'라는 심정이 들 만했다.

그렇다. 상대는 UCL의 거함이자 '레바뮌'의 한 축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아스널은 이미 2012-2013시즌 그리고 2013-2014시즌 연속 뮌헨을 만나 8강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아스널의 UCL 16강 징크스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팀과 재회다.

그런 팀과 다시 묶인 여파였을까. 아스널은 14일 새벽(한국시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016-2017' 시즌 16라운드 에버튼 원정 경기에서 1-2로 역전패당했다. 개막전 패배 이후 리그 14경기(10승 4무) 무패를 달려온 아스널의 패배의 타이밍이 어찌 심상치 않다.

그래도, 어쩌면, 이번엔 EPL 4위와 UCL 16강 탈락이 익숙해 생긴 아스널의 '4·16 징크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적기가 아닐까'라는 의견이 많다. 물론 그러려면 벵거 감독은 이번 시즌 진일보한 아스널을 한층 더 가다듬고 보완해야 한다.

제로 톱 & 전방압박

올 시즌 아스널의 축구가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데 드러난 가장 외적인 부분은 알렉시스 산체스 제로톱과 전방압박이다. 현재 축구에서 제로톱과 전방압박은 흔한 전술이 됐지만, 제로톱과 전방압박으로 성공한 팀은 '극소수'다. 그만큼 팀의 조직력과 규율 그리고 선수단의 구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아스널은 이미 벵거 감독 체제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패싱 축구의 노하우와 조직력 그리고 최근 새롭게 합류한 '월드클래스'급의 선수들이 팀에 녹아들며 기존과 다른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

중심엔 산체스가 있다. 산체스는 지난 시즌 측면 윙어로 기용되었을 때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산체스의 창의성과 활동반경을 위해선 수비적인 부담을 줄이고 좀 더 자유로운 포메이션에 기용할 필요가 있었다.

벵거 감독은 그간 원톱이었던 올리비에 지루 카드가 미덥지 않은 상황에서 산체스를 제로톱으로 기용했고 이것이 적중했다. 산체스는 지난 시즌 리그 28경기에 나서 13골 3도움을 기록했지만 올 시즌엔 15경기에서 이미 12골 5도움을 올릴 만큼 제로톱에서 최고의 모습을 뽐내고 있다.

산체스의 제로톱 효과는 개인에 국한하지 않는다. 산체스는 전방에서 마무리뿐만 아니라 측면과 후방에서도 빌드업이 능한 선수다. 산체스가 후방에 내려와 빌드업을 하면서 메수트 외질과 티오 월콧 그리고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알렉스 이워비)에 득점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수비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방에 빠른 선수들의 다수 배치하고, 체력과 수비 적극성이 좋은 산체스가 최전방에 서면서 상대 수비수가 빌드업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리그 15라운드에서 스토크시티의 골키퍼 리 그란트는 골킥 상황에서 잠시 머뭇하던 사이 산체스의 순간적인 압박에 어이없이 실점을 내줄 뻔하기도 했다. 아스널은 지루가 원톱일 때와는 수비의 접근방식과 스피드 모두 달라졌다 

벨레린과 침투

아스널 포메이션.(그래픽=이종현) ⓒ 이종현


산체스 제로톱과 함께 올 시즌 아스널이 강점으로 주목받는 건 헥토르 벨레린이 가세한 측면 공격이다. 본래 아스널은 강점인 패싱게임에 산체스의 제로톱으로 인해 전방의 공격 속도가 빨라지면서 역습뿐만 아니라 지공 상황에서도 역습과 같은 상황을 자주 만들고 있다.

여기에 측면 풀백 벨레린도 한몫하고 있다. 벨레린은 빠른 기동력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측면을 돌파한다. 그러면 중원에서 볼을 돌리던 아스널이 순간적으로 벨레린에 오픈패스를 넣어주고 벨레린이 빠르게 크로스를 올리는 형태가 아스널의 하나의 공격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오른쪽 측면 공격을 벨레린에 맡기면서 자연스럽게 오른쪽 윙어로 나서는 월콧은 상대팀 뒷공간을 침투하는 공격 방식에 전념한다. 산체스 혹은 외질이 후방에서 빌드업을 하면 순식간에 아스널 측면 공격수와 중앙 미드필더(보통의 경우엔 프란시스 코클랭)이 상대팀 뒷공간을 빠르게 침투한다.

1~2명의 선수가 돌파하면 그만큼 상대 수비도 대응할 수 있지만, 아스널의 제로톱 시스템에선 후방에서 볼을 돌리다 순식간에 3~4명의 선수가 침투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가 대응하기 어렵다.

수비 & 로테이션

결국 수비가 단단해야 아스널이 도약할 수 있다. ⓒ 아스널


아스널이 지긋지긋한 4·16 징크스를 깨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수비가 부상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한다. 아스널은 올 시즌 공식경기 25경기(16승 6무 3패)에서 단 3패를 기록했다. 3경기(4골, 2골, 2골) 모두 2골 이상 실점했는데 모두 주전 수비수이 부재했을 때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버풀과 개막전에선 신예 롭 홀딩-칼럼 챔버스가 나섰고 EFL컵 사우샘프턴 역시 홀딩-가브리엘 파울리스타가 나섰다. 최근 패배했던 에버튼과 리그 경기에서도 주전 시코드란 무스타피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가브리엘이 로랑 코시엘니와 수비진을 구축했지만 상대방 크로스와 선수를 완벽하게 놓치면서 팀 패배를 원흉이 됐다.

아직 페어 메르테자커가 아직 회복하지 못했고 무스타피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3주간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 측면 수비 역시 나초 몬레알을 대체할 키어런 깁스가 미덥지 못하고, 벨레린의 백업으로 나설 수 있는 마티유 드뷔시는 유리몸에 가깝다. 또 다른 풀백 대체자원 가브리엘과 칼 젠킨슨은 스피드가 부족하다.

적절한 로테이션도 필요하다. 아스널은 현재 FA컵과 리그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등 다수의 대회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로테이션 활용 폭은 적다. 아스널이 올 시즌 전방압박을 통한 공격으로 이전보다 많은 활동량을 요하는 플레이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리그 15경기 만에 에버튼에 패한 이유도 체력적인 문제가 컸다. 외질과 챔벌레인 그리고 월콧이 경기 내내 지친 듯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올 시즌 교체로만 9경기에 나선 지루 역시 컨디션이 떨어졌다. 장기적으로 컵대회 등에 주로 출전하는 루카스 페레스, 칼 젠킨슨, 아론 램지와 등과 부상에서 복귀할 대니 웰백, 산티 카솔라 등 로테이션 멤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아스널이 4·16 징크스를 넘으려면 프리미어리그의 상위권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박싱데이의 성과가 중요하다. 적절한 로테이션으로 박싱데이의 고비를 넘고 자신들의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아스널은 다가올 2월 뮌헨을 넘는 의미 있는 시즌을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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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종현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fff156)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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