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의 주요 장면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의 주요 장면 ⓒ MBC

 
2024년 상반기 MBC 최대 기대작 <수사반장 1958>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 19일 첫 방영된 <수사반장 1958>은 잘 알려진 대로, 1971년부터 1989년에 걸쳐 인기리에 방영된 수사 시리즈 <수사반장>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이전 시대인 1958년을 배경으로 그려낸 프리퀄 드라마다.

과거 ​<수사반장>은 국민 배우 최불암(박영한 반장 역)과 고 김상순, 조경환, 남성훈 등 명배우들이 열연을 펼쳤던 작품이다. 매주 1회 방송되며, 범죄를 소탕하고 약한 시민들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던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던 한국 수사물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지금으로선 좀처럼 찾기 힘든 초장기 방영기록이 말해주듯 <수사반장>은 흑백과 컬러 TV 시대를 관통하며 시청자들의 든든한 지지를 얻었던 작품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프리퀄 시리즈를 다수 만들어낸 할리우드 영화, 미국 드라마처럼 <수사반장 1958>은 가장 최적의 드라마 소재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고 일단 첫 회부터 높은 시청률과 화제몰이를 일으키고 있다. 

무법천지의 시대로 뛰어든 청년 형사 박영한​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의 주요 장면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의 주요 장면 ⓒ MBC

 
가상의 경기도 소도시, 황천에서 소도둑을 다수 검거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형사 박영한(이제훈 분)은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한 종남경찰서로 발령받는다. 청운의 뜻을 품고 상경한 여타 청년들과 다를 바 없었던 영한은 근무 첫날부터 자신과 생각했던 것과 다른 현실에 당황한다.  

악을 때려잡아야 할 경찰 조직은 조직 폭력배들과 공생하는 비리의 온상이었다. 권력의 든든한 비호를 받던 이정재(김영성 분) 일당은 동대문을 넘어 현재의 종로경칠서로 추정되는 종남서 지역까지 세력을 확장하기에 이른다. 힘없는 시장 상인들을 뜯어 먹는 불량배들을 체포하지만 순순히 풀어주라는 서장의 황당한 지시는 당시의 경찰이 얼마나 썩어빠진 존재였는지를 보여준다.

​종남서 안에서 제대로 된 경찰은 제대로 된 팀원 한명 거느리지 못한 수사1반장 유대천(최덕문 분), 그리고 '미친 개' 김상순 형사(이동휘 분) 뿐이었다. 이정재파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열혈 형사 박영한은 과연 순조롭게 서울에서 경찰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액션, 유머가 강조된 프리퀄의 재해석​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의 주요 장면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의 주요 장면 ⓒ MBC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1970, 1980년대 오리지널 <수사반장>은 미국 수사 드라마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작품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주 2회 방송이라는 일반적인 형태 대신 주1회, 새로운 이야기를 담은 시추에이션 드라마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 TV 시장에선 언제나 바바리 코트를 입고 등장했던 <형사 콜롬보>를 비롯해서 <스타스키와 허치> <기동순찰대> 등 다양한 경찰 시리즈가 넘쳐났고 일정 부분 국내 형사물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정서를 녹여내면서 <수사반장>은 때론 사연 많은 범죄자들에 대한 딱한 사연도 담아내는 등 나름의 변주를 가미했다.

범인에게 따뜻한 국밥 한그릇을 먹이면서 다시는 이런 일에 발도 내딛지 말 것을 충고하던 중년의 형사반장 박영한의 모습은 해외 영화나 드라마에선 찾아보기 힘든 우리만의 독특한 형사 캐릭터로 자리 잡기도 했다. 그런데 <수사반장 1958>은 오리지널 작품과는 다른 결을 취하고 있다.

정의감 불타는 청년... 하나의 장르가 된 '이제훈 월드'​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의 주요 장면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의 주요 장면 ⓒ MBC

 
<수사반장 1958>은 과묵했던 이미지의 박영한 대신 정의감에 불타고 언제나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 '청년' 박영한과 그의 동료들을 그려내고 있다. 예전 7080시대엔 엄두도 낼 수 없는 초대형 세트장과 통쾌한 액션이 가미된 점, 수시로 등장하는 유머 코드의 활용 등은 기존 <수사반장>에선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이기도 하다.  

여기에 서점 주인 혜주(서은수 분)와 영한의 로맨스까지 첨가해 풍성한 변주에 돌입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드라마 단골 캐릭터 '깡패' 이정재까지 등장시켜 <수사반장 1958>의 판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이 대목은 전설의 마피아, 알 카포네를 잡기 위해 뭉친 미국 연방비밀검찰국 밀주 단속 요원 4인방의 활약상을 그린 추억의 할리우드 영화 <언터처블>를 떠올릴 법 하다.  

오직 정의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박영한, 방식은 투박해도 역시 악을 때려잡기 위해 물어뜯는 일도 서슴치 않는 김상순, 우직하면서 힘 좋은 조경환(최우성 분), 어설프지만 고학력에다 두뇌회전 빠른 서호정(윤현수 분) 등 새롭게 짜여진 종남경찰서 수사1반의 활약은 이 드라마의 가장 핵심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전통의 계승과 더불어 시대 수사극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취하며 또 한번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기존 캐릭터 이름을 그대로 활용해 원작 드라마 및 배우들에 대한 경의를 표한 <수사반장 1958>은 <모범택시> 시리즈와 <시그널>, 영화 <박열> 등을 거치는 동안 독자적인 영역을 마련한 '이제훈 월드'의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다. 물불 가리지 않고 오직 악을 때려잡겠다는 신념의 주인공의 활약상을 담은 그의 주요 작품들은 어느새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2024년, <수사반장 1958>이라는 이름도 새롭게 한 줄 추가하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수사반장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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