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과 값이 폭등했다. 사과 값은 1년에 비해 90% 가까이 올라 사과 1개당 4000원까지 갔다. 때문에 대형마트에서는 사과를 사기 위한 오픈런까지 벌어진다. 그야말로 금사과를 얻기 위한 혈투다. 사과 값이 폭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4월 30일 MBC <PD수첩> '위기의 밥상 물가-사과와 대파는 죄가 없다'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사과나 대파 등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일 해당 회차 연출한 이세진 PD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유통 구조의 문제
 
 MBC <PD수첩>의 예고편

MBC 의 예고편 ⓒ MBC

 

- 밥상 물가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올 초에 사과값이 오르는 게 이슈가 됐어요. 메인작가가 '금사과'에 대해서 궁금하다며 아이템을 발제했어요. 사과 가격이 이렇게 이슈가 된 적이 처음이었으니까요. 마침, 제가 그 당시에 부모님 댁에 다녀왔는데, 매일 사과 1개 씩 먹던 아버지께서 사과값이 비싸졌다며 반 개로 줄이셨어요. 나중에는 사과 대신 토마토를 드셨고요. 금사과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죠. 그래서 금사과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어요."

- 사과를 사러 마트에 오픈런을 하는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3시간 전에 줄 선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 중에는 70대 이상의 노인분들도 있었고요. 건강을 위해 매일 사과를 먹어왔는데, 사과 값이 비싸니 줄을 서서라도 사과를 먹겠다는 것이었죠. 건강을 위해 사과를 먹는 분들에게 사과는 필수에요. 그렇게 되면 선택 소비재인 명품과는 아예 다른 거죠. 아침 사과는 '금사과'라고 불릴 만큼 건강에 좋잖아요. 요즘은 비싸서 금사과가 되었지만요. 
가격이 2~3배가 뛰어버린 상황에서, 그분들이 루틴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게 줄서기인 거예요. 줄을 선 분들은 굉장히 진지했어요. 번호표를 받지 못한 분들은 아쉬워하거나 속상해하면서 돌아가셨어요."

- 사과마다 가격의 차이가 지난해보다 크네요?
"기후 문제로 사과 생산량이 많이 줄었어요. 품질이 좋은 사과가 시중에 적게 풀렸고요. 그래서 사과의 크기가 달라도 가격 차이가 컸어요. 저희가 백화점에 납품되는 김춘근 씨의 사과를 가지고, 가격 비교 및 크기 비교를 했는데요. 김춘근 씨가 농사지은 사과보다 작거나 흠집이 있는 사과도 도매가로 더 비싸게 팔리고 있었어요."

- 경매의 문제로 사과 값이 오르는 건가요?
"경매로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가 사과 값을 불안정하게 만들어요. 경매는 그날의 물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돼요. 예컨대, 오늘 경매장에 들어오는 사과가 많으면 사과 가격은 떨어지고요, 오늘 물량이 적으면 사과 가격이 올라가죠. 가격 변동성이 커요. 휴일 전에는, 사과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가격이 더 비싸지기도 해요. 다음날 경매가 쉬니까 그 전에 물량을 많이 확보해 놓으려는 중도매인들이 가격을 올려서라도 사과를 가져가거든요.

저희가 취재한 바로는, 일부의 유통 상인들과 중간 업자들이 경매와 관련한 정보를 미리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즉, 내일 물량이 적을 것이라는 예측이 되면 가격이 오를 것이기에 저장한 사과를 포장해서 가락시장 경매로 올리는 거죠. 그러면 비싼 가격으로 저장 사과를 팔 수 있는 거예요. 

경매가 언뜻 보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정해지는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 공급량 조절할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하는 한. 수요와 공급만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경매제도는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죠. 사과는 수입이 안 되기 때문에 국내 공급만으로 가격이 결정되잖아요. 사과 값이 결정되는 것에 대하여 경매제도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면 될 것 같아요."

- 그럼 그걸 규제하는 건 없는 건가요?
"개인이 상품을 미리 샀다가 그때그때 파는 것은 유통의 영역이잖아요. 그니까 경매 제도 하에서 유통법을 잘 지키면 불법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다만, 농산물 같은 먹거리는 시민들의 삶에 무척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규제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부가 나서서 수매하거나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계약재배 물량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보여요."

- 사과를 저장한 창고도 가서 보셨잖아요. 어땠어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우리나라에 사과 창고가 이렇게 많다는 거죠. 사과를 몇만 짝씩 가지고 있는 업체가 수십, 수백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안동의 중도매인들은 대부분 창고를 가지고 있고요. 크게 창고를 지어서 사과를 저장한 후, 조금씩 유통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 많던 사과가 사라진 게 기후변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죠, 정부도 유통구조 개혁을 한다고 밝혔잖아요. 농협 APC뿐만 아니라 민간 창고도 볼 수 있음 봐야해요. 지금 시중에 풀린 사과의 양을 제대로 파악해야, 유통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확인할 수 있잖아요."

- 안에 들어가니 어때요?
"저온 창고여서 좀 춥고, 천장은 좀 높았죠' 유통업체의 창고를 가기 전에, 농부의 빈 창고를 봤는데요. 농부의 창고는 텅 비었는데, 유통업체의 창고가 차 있으니. 뭔가 잘못된 느낌을 받았어요. 생산자보다 유통업자가 돈을 더 많이 벌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새삼스럽게 다시 느껴지더라고요."

"세심한 정책과 대책 필요해"
 
 이세진 PD

이세진 PD ⓒ 이영광

 

- 공영 도매시장 소유주는 농업과 상관없는 대기업이라고 나오던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공영도매시장에서 경매를 열 수 있는 '도매시장 법인'의 소유주 중 대기업들이 많아요. 소유주가 대기업인 것이 현재의 농안법상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 이유는 법에 대기업의 도매시장 법인 인수를 막아놓지 않았기 때문이죠. 도매시장 법인은 현재 합법적으로 돈을 벌고 있어요. 높은 배당을 받고 있죠.

전문가들이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이거예요. 농산물 유통과 농업과 관련된 업을 하지 않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농산물 가격을 결정하는 경매제도를 운영하는 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 공영도매시장은 공공의 이익을 어느 정도 대변해야 하는데 자본가인 대기업이 들어와서 그 배당수익을 많이 가져간다는 것 등은 문제라는 거예요. 경매낙찰 가격의 수수료만으로 수익을 얻는 특이한 구조, 공영도매시장의 경매제도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종의 화수분이라는 것에 대한 비판의 시선이 있어요. 범법은 아니지만, 일종의 특혜 혹은 불공정하다는 시선이죠."

- 사과 농부도 만나 보셨잖아요. 지금 사과값에 대해 뭐라고 해요?
"다들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어요. 사과 값이 이렇게까지 오를 줄은 몰랐대요. 이렇게까지 오른 금액으로 사과를 팔지 않았는데, 자꾸 언론에서 금사과, 금사과 하니까 마치 농부들이 돈을 벌었을 것처럼 말하는 걸 속상해하는 농부도 있었어요, 사과 값 상승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들 말했잖아요. 마치 농부들이 물가를 올린 주범인 양 보이는 게 속상하다는 거예요.

작년 가을 사과 수확기에, 산지 상인들과 유통업자들이 대규모로 사과를 사들였대요. 사과 농부들 사이에서는 '사장이 다녀가면 사과 값이 오른다'라는 말이 있었다고도 해요. 웃돈을 얹어서 농부들에게 대량으로 사과를 수집하는 상인들과 유통업자들이 있었고, 결국은 그들이 돈을 벌었을 거라는 추측을 하죠. 농부들은 사과를 좀 비싸게 팔았어도 수확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수익은 작년 대비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든 사람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중간 수집상은 사과를 잔뜩 수집에 창고에 넣어놨다가 비싼 값에 서서히 팔았을 거 아니에요. 그런 몇몇 사람들이 돈을 몇십억씩 벌었다고 하더라고요."

- 정부가 농산물에 대해 대형 마트를 지원하니 재래시장이나 동네 마트는 피해를 보나보네요?
"정부는 5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할인 지원, 납품 지원 하고 있어요. 상품권 등을 통해 재래시장에 대해 지원하기도 하지만 실제 이용률은 높지 않은 게 현실이고요. 대형마트의 농산물 가격은 저렴한 것들이 많아요. 할인 지원, 납품 지원, 대형마트 자체 할인으로 가능한 가격이죠. 그러나 가락시장 등에서 물량을 가져오는 재래시장이나 마트에서는 사실상 그 정도의 할인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대형마트보다 물건을 비싸게 팔 수밖에 없어요.

또한 대형마트에서 한 단에 파를 1000원~1500원 대로 판다고 하면, 경매낙찰가가 한 단에 그 정도가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 한 단에 경락가가 1000~1500원 나온다면 농민들은 원가 보전도 못하는 상황이 와요. 즉, 마트의 할인으로 인해 재래시장 등의 농산물 판매가 줄고, 주된 거래처인 가락시장의 경락가가 떨어질 수 았어요. 그럼, 농민들은 1년 농사의 결과물을 본전도 못 받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도매법인의 한 관계자는 그 점을 문제로 지적했어요."

- 사과의 경우 생산량 감소가 충분히 예상되었지만, 정부는 대책이 없던 건가요?
"사과 생산량 감소는 농민, 중간상인, 유통업자,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도 예측한 거예요. 정부도 알고 있었을 거예요. 정부는 명절 선물 세트의 구성을 바꾼다거나 할인 지원 하는 것 등으로 사후적 대책 세웠어요. 사과의 수요를 다른 과일의 수요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본 것 같아요. 그러나 수입이 되지 않는다는 점과 수요가 일정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 수입 대파는 썩는 것 같은데 수요 예측을 잘못한 것인가요?
"수입 대파의 재고량이 많이 늘었어요. 이는 수요예측을 잘못했다기보다는 공급량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대파 값 상승 시 가격을 잡기 위해 수입 대파에 관세 할인을 지원했어요. 그러면서 대파업자들이 대파를 많이 수입해 왔죠. 이후 전남지역에서 겨울 대파가 대량으로 출하되기 시작했어요. 수입 대파와 국내 대파가 대량으로 출하되면서, 대파 가격이 많이 떨어졌죠."

- 이후에 대책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무척 많이 했어요.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본 후에, 내린 저의 결론은.. 결국 이 문제는 처음 말했던 기후변화와 유통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냉해, 가뭄, 장마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고요. 동시에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가격 결정의 투명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현재는 가락시장의 경매제도로 대부분의 농산물의 가격이 결정되는데요. 시장도매인제도나 온라인 도매시장 제도, 직거래 활성화 등 통해 가격 결정의 다양성을 최대한 끌어 올리면서, 경매제도를 보완할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또한 수입이 안 되는 사과와 배는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물량 관리를 해야 하죠. 또한 수입되는 농산물은 농민들의 생산원가를 감안해서 가격 결정이 될 수 있도록, 수입 물량을 잘 조절해야 해요. 무분별한 TRQ 도입은 국내 농산물 생산을 위축시킬 수 있어요. 지구온난화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건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사과값이 이렇게 비싸진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잖아요. 좀 더 적극적이고 섬세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저희가 취재한 산지 수집상은 농산물 수매가 일종의 선물투자라고 하더라고요. 농산물을 잔뜩 사놓고 가격이 올라 팔면 이득이고 가격이 떨어지면 손해라는 거예요. 그런데 사과는 수입이 안 되고, 수요가 일정한 축에 속하잖아요. 돈이 있는 사람들은 잔뜩 사놓을 수밖에 없었죠. 사과가 없어서 못 산 사람도 많았대요. 어떤 수집상은 사과가 오를 줄 알았는데, 그 가격에는 도저히 못사겠어서 안 샀대요. 그리고 저에게 후회한다고 하더라고요. 

농산물로 돈 버는 게 농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어요. 1년 농사의 결과물이 중간 업자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시장의 투명함으로 가격이 결정되어서 농부가 이익을 많이 보는 상황이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혹시 방송에 안 나온 거 있나요?
"제가 농부들의 창고를 가봤어요. 농부들 창고는 진짜 텅텅 비었어요. 농사를 짓지도 않은 중간 상인들의 창고는 꽉꽉 차 있는 것과 비교하니 속상했죠."
이세진 PD수첩 사과 대파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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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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