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09 11:49최종 업데이트 24.05.20 17:02
  • 본문듣기
<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참여자들의 모임인 <포럼 사의재>와 함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윤석열 정부를 집중 진단합니다. 윤 정부 2년의 역사적 퇴행을 바로잡고 정책을 복원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공동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총 열한 편의 글을 게재할 예정이며, 이 글은 그 세 번째로 '경제 퇴행'입니다.[편집자말]

다음 차례는 김밥인 건가 지난달 김과 가공식품인 맛김 물가가 동시에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김과 맛김에 이어 김밥 물가까지 도미노 상승이 전망된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2년은 성장과 불균형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커녕, 멀리멀리 쫓아버린 시간이었다. 외생적인 대형 충격이 가해진 시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경제성장률은 1.4%로 역대 6번째로 낮았다.

1980년 2차 오일쇼크,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사태 등 외생적인 대형 충격이 있었던 경제 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최저치였다. 문재인 정부의 2018년 2.9%, 2019년 2.2%, 2021년 4.3%와 비교해보면 성장세가 절반 이하로 꺾였다(아래 [표1]). 잠재성장률 수준(2.0%)에 훨씬 미달했다.


가계실질소득은 뒷걸음쳤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와 코로나 위기 시절 가구 실질소득 감소 추세를 플러스로 전환시켰던 문재인 정부와는 대조적으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6개 분기(2022년 3/4분기~ 2023년 4/4분기) 연속 1% 미만(그중 4개 분기는 0% 이하)의 실질소득 성장률을 기록했다([표2]).

이는 상당 부분 국정 난맥에 기인한 일이라 생각한다.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극우 편향적 국정 운영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념 편향적으로 거들먹거리지 않는 성실한 자세가 필요하다.
 

실질 국내총생산 추이 ⓒ 포럼 사의재

 

가계소득 증감률추이 ⓒ 포럼 사의재


다수 국민의 삶은 암울하기만 하다. 외식하기 두렵고, 이번 총선 기간 지역의 소상공인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이 코로나 시기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외식업체 폐업률은 코로나 때보다 높았다. 핀테크 기업 핀다의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2023년 외식업체 81만 8867개 중 17만 6258개가 폐업했다. 폐업률은 21.52%에 달했다. 코로나19가 가장 극심했던 2020년 9만 6530개 업체가 폐업한 것에 비해 약 82.6%가 증가한 것이다.

물가는 '금 사과'라는 말이 나올 만큼 폭등했다. 대파 1단의 소비자 가격이 875원인 것을 보고 합리적이라고 말했던 윤 대통령의 발언에 국민들은 공분했다. 875원은 실제 소비자가 4250원에서 정부 납품 단가 지원 2000원, 자체 할인 1000원을 뺀 1250원에 30% 할인 쿠폰까지 적용한 값이었다. 농협하나로마트 중에서도 7개 대형점포에서만 한정판매된 행사가격이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월 발표한 '2024년 소상공인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74.8%는 향후 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소비심리위축과 가계부채 등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과 고물가 원가상승 등을 꼽았다. 월급만으로 살지못해 30, 40대 N잡러가 급증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으로 한 개 이상 부업을 하는 N잡러가 지난해보다 22.4% 늘어나 55만2천명을 기록했다.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윤석열 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30년 넘으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 대통령실

 
지난 2년 동안 윤석열 정부가 진심을 다한 것은 오직 다주택자 230만 가구의 부동산 가격을 지켜주는 것과 부자감세였다. 전세 사기 피해자나 무주택자, 서민은 안중에 없었다.

윤 정부는 이른바 '다주택자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내세웠다. 2023년 1/4분기에만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제도 완화(행안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배제 연장(기재부), 규제지역 다주택자 주담대 금지규제 해제 및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 30% 적용(금융위), 규제지역 추가 해제(국토부), 보유주택 주담대 규제를 완화하여 주택구입시와 동일 기준 적용(금융위), 국민주택규모 장기 아파트 등록임대 복원(국토부),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 시행(국토부),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 시행(국토부), HUG 부동산 PF 보증확대 및 미분양 PF 보증 신설 조기시행(국토부, 금융위), 자산담보부기업어음(PF-ABCP)를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사업자 보증 신설(국토부, 금융위), 표준건축비 현실화(국토부), 신규 매입임대사업자 2호 이상 등록 신청 시 등록 허용(국토부) 등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을 쏟아 냈다.

윤 정부는 시스템안정과 거시경제안정관리를 위해 부동산경기 연착륙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말 그럴까?

시스템 불안정성이란 부동산 가격의 하락 → 은행 보유 자산의 부실화 → 은행이 자기자본금 보호를 위해 대출을 주저 → 은행의 신용 공여 감소에 따른 경기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은행은 그간 충분한 이윤 창출과 문재인 정부 하 LTV 규제 등의 덕분에,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30~40% 이상 하락하더라도 부실화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시스템불안정의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스템안정이라는 공적 가치보다는 230만 다주택자(및 다주택 보유가구)를 정치적 지지세력으로 공고히 하기 위한 특정 계층 지원 노력으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주택가격이 여당 지지와 정(正)의 상관관계임은 이번 총선을 통해 확인되었다.

폭등한 주택가격을 특례보금자리론과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자금으로 떠받친 덕분에, 추가적 집값 급등을 우려한 일부 무주택 세대는 지금이라도 부채 차입을 통해 내집 마련에 나서야 하는 것인지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4월 초 '과거 분양가 공급' 무순위 청약에 29만대 1의 경쟁률까지 등장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서민주거 안정지원 대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세사기에 대한 대책은 거의 전무했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금까지도 정부와 여당은 정부 재정 지원이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윤 정부의 '민간중심 역동경제'는 허구

윤 정부 초기 과거 보수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어김없이 '규제완화만이 살 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2년 차에 접어들어 슬그머니 후퇴하는 것도 과거 보수정부가 해왔던 행태의 반복이다. 이는 정부 규제와 민간경제활동을 대립시켜놓고 보는 극우적이고 이념적인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하지만 규제완화와 정부 역할 후퇴가 민간의 활력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규제란 공익을 위해 민간이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부가 규정하는 것이다. 규제 이외에도 세제, 공기업 운용 등을 통해 정부는 시장 기반을 조성한다. 공익사업(가스, 수도, 전기, 전화 등)과 금융, 교통 등 자연독점 산업의 폐해를 줄이고, 환경오염과 같은 부정적 외부 효과를 최소화하여 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을 키우기 위해 정부의 역할은 진화되어왔다. 규제완화가 민간중심 역동경제의 전제조건이거나, 시장 활력의 제고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큰 정부를 가진 북유럽 국가에서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확장되어 있고, 기업 생산성도 높다는 것은 세계경제포럼(WEF) 등을 통해 공유된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수출활성화 대책도 많은 맹점을 안고 있다. 수출활성화는 수단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실질소득의 상승이다. 국내 자원을 집중하고 양적 확대에 진력해 외자를 어떤 식으로든 확보해야 했던 1970년대식 수출입국정책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실질 소득증대가 목적이라면 수출을 통해 어떻게 이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충분한 설명과 접근이 필요하다. 그것이 있어야만 21세기에도 수출활성화 대책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교역조건을 어떻게 개선할 것이며, OECD 최고 수준인 수출부가가치의 해외 유출 비중을 어떻게 최소화하여 국내고용을 활성화시킬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반도체, 전기차 등의 미국 투자가 경제안보 차원에서의 불가피한 선택인지 고민이 필요하고, 설사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국내에서의 핵심부품 제조능력 향상을 위한 대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포용적이고 번영하는 경제를 위한 정부의 역할
 

서울 아파트값 반등했지만…준공 20년 초과 구축은 약세 작년 12월부터 하락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최근 반등한 가운데 준공 20년이 지난 구축 아파트 가격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그토록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의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노인일자리 + 코로나19 대응 임시 일자리)은 팬데믹 시기 외부충격과 구조적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총수요를 관리하여 거시경제안정성을 담보하고, 불균형을 감축하며 이력효과 방지를 위한 시장 친화적이고 시장 보완적인 조치였다.

거시경제안정성 담보, 시장실패에 대한 대응과 불균형 감축 등은 민간이나 시장이 내버려둘 때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가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은 시장에 대한 방해가 아니고, 민간 기업 비즈니스나 투자를 구축(crowd out, 밀어내는 것) 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이러한 역할을 함으로써 정부는 결점이 덜한 시장을 조성하고, 민간과 시장의 작동을 보장하며, 시장과 민간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한다. 민간의 투자를 오히려 유인한다(crowd in, 끌어들이는 것). 시장을 포용적이게 하고 번영하는 사회를 만들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다. 지금 민간투자가 부족한 것은 정부가 제대로 역할하지 않는 탓이 크다.

우리는 지금 팬데믹과 에너지나 식량 가격의 폭등, 경기침체와 환율의 급격한 변동 등 개인이나 기업이 혼자 힘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지속적으로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개인과 기업이 그러한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선진국이 경기대응적 통화 및 재정정책을 통해 침체된 경제의 수요, 생산, 고용을 늘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상황이 불확실하거나 경기침체기가 도래하면 민간부문은 추가적으로 투자해야 할 인센티브를 갖지 않는다. 정부가 이에 대한 대응을 게을리 하면 민간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장기성장 훼손으로 나타나게 된다.

쇠락하는 잠재성장률의 확충을 위해서도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프라 투자, 보건과 교육, 그리고 혁신과 기초과학에 대한 공공부문의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 또한 시급하다. 노동자의 숙련과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는 잠재성장률 확충을 위한 가장 긴요한 일 중 하나이다. 노동시간을 늘리고, 최저임금 인상에 인색하고, 노조의 단결권을 약화시키는 것은 체질개선도 아니고 구조조정도 아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용기는 생산과 포용금융연구회 회장, 아주대 국제학부 교수입니다.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