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30 06:31최종 업데이트 24.04.3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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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9일 영수회담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나면서 윤 대통령의 협치 의지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정치적 궁지에 몰려 불가피하게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애초 협치할 마음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통령이 그동안 안 만나던 야당 대표와도 만나 소통에 애를 쓴다는 걸 보여주려는 정치적 의도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영수회담을 대하는 윤 대통령의 무성의한 자세는 의전에서부터 드러납니다. 이전 정부에서 영수회담이 열리면 거의 예외없이 대통령이 1층 현관 앞에까지 마중나오는 게 관례였습니다. 하지만 이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2층 대통령실에서 이 대표를 맞았습니다. 회담 테이블도 영수회담을 하기에는 협소해 보였습니다. 처음부터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예우를 할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당초 영수회담을 만찬이나 오찬보다 격이 낮은 '차담회'를 갖자고 한 것도 대통령실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태도와 자세에서 변화가 없다는 것은 그의 발언 행태에서도 확인됩니다. 윤 대통령은 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된 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이 대표 요구 거부 이유를 설명하는데 할애했습니다. 민생회복지원금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몇 가지 주제에 대해서만 장황하게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이런 태도는 윤 대통령의 총선 참패 국무회의 모두발언과 그에 앞선 의정갈등 대국민담화에서도 여실히 나타났습니다. 야권에선 '59분 대통령'의 모습이 영수회담에서도 재연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곤란한 질문 답변 피해... 민심과 더 멀어져 

윤 대통령은 곤란한 질문에 대해서는 아예 답변을 피했습니다.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제안한 의제만 12개에 달했지만 윤 대통령은 선별적으로 답했습니다. 민감한 주제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국정기조 전환 등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은 의료개혁 필요성에 이 대표가 공감했다고 했지만 민주당의 방침이 의대증원 불가피였던 터라 실제론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셈입니다.  

이번 회담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에도 별다른 입장 발표가 없다 일주일 가까이 지나서야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의 정당성 강조에 비중을 둬 '억지 사과'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폭락하자 부랴부랴 영수회담 카드를 꺼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윤 대통령이 회담에 진정성이 없다는 건 이미 사전 조율 과정에서 나타났습니다. 대통령실이 의제를 미리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난색을 표한 것은 민주당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얘기를 많이 듣겠다"고 여러차례 말했는데, 실제 듣는 시늉에 그쳤습니다. 대통령실이 연일 '민생' 키워드를 강조했던 것도 '특검' 등 국민적 의혹 관련 의제에 방어막을 치려는 속셈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대통령실의 이런 입장은 강경 보수층의 부정적 기류를 의식한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보수층에선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강성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핵심 지지층인 TK지역에서의 지지율 급락을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용산으로선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지층은 챙겼을지 모르지만 민심과는 더 멀어졌습니다. 국민적 심판을 받고도 변하려 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만 강화됐습니다. 윤 대통령이 입만 열면 강조하는 '민생'도 당장의 곤경을 면하기 위한 '가짜 민생'이라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총선 민의에 대한 윤 대통령이 성찰 없이는 산적한 경제·민생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습니다. 윤 대통령 앞에는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더 혹독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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