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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의자, 계획주의자…. 모두 우리 어머니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꽃 선물이 쓸모없다고 말씀하셨다. 그 때문에 나는 어버이날 종이 카네이션 말고는 꽃을 드려본 적이 없다. 아버지께서도 지금까지 어머니께 꽃을 드려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지하철역에서 한 할머니가 꽃을 팔고 계셨다. 꽃 겉잎이 약간 시들기는 했지만, 주황빛 꽃이 너무 예뻐서 주황색을 좋아하는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나는 한아름 꽃을 샀다.
 
 한 아름 산 주황색 장미꽃이다
▲ 주황색 장미  한 아름 산 주황색 장미꽃이다
ⓒ 이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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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께서 놀라시며 "웬 꽃이냐?"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부끄러워 어머니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음 날 아침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돼지 김치찜이었다. 나는 아침부터 무슨 고기냐고 말하면서도 야무지게 한 그릇 뚝딱 하고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고는 카카오톡을 확인해 보니 어머니 카톡 배경 이미지와 프로필 이미지가 모두 주황색 장미였다. 앞으로는 종종 어머니께 꽃 선물을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꽃 선물이 어쩌면 낭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 꽃병조차 없어 잘린 페트병에 꽂힌 주황색 장미를 보며 꽃 선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닌 마음을 담은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금방 시들어 버리지만, 그렇기에 더욱 그 순간 전달되는 마음은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것 같다. 늘 무뚝뚝한 어머니였기에 그리고 나였기에 꽃 선물이 더 의미 있었던 것 같다.

태그:#장미꽃, #선물, #마음,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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