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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개혁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개혁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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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수수료 인하는 관치금융이 아니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4일 작정한 듯 입을 열었다. 지난 2일 새누리당과 당정 협의를 거쳐 발표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에 대한 카드업계와 경제전문 매체들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 관치금융 논란 일축 "시장 실패 막고 영세가맹점 배려" 

임 위원장은 지난 9월부터 매달 금융개혁 추진 상황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애초 이날 오전 10시 간담회 자료에는 카드 수수료 인하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임 위원장은 "보도자료에는 없지만 카드 수수료 인하 관련 많은 지적이 있어 설명하려고 한다"면서 "카드 수수료는 법률에 따라 정부에서 정하는 건데, 수수료 자율화라는 금융개혁 원칙에 맞지 않고 이른바 관치금융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 2012년 3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 방식과 영세·중소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등을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3년마다 카드사 적정원가를 계산하는데 올해는 저금리로 자금조달 비용이 줄고 수수료 수입은 늘어 연간 6700억 원의 수수료 인하 요인이 발생한다고 봤다.

결국 금융위는 지난 2일 연 매출 2억 원 이하 영세 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1.5%에서 0.8%로, 연매출 2억~3억 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각각 0.7%포인트씩 낮추기로 했다. 반면 연매출 10억 원 이하 일반 가맹점은 2.2% 안팎에서 평균 0.3%포인트 낮추고, 10억 원 이상 대형 가맹점은 1.96%인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 결정을 카드사에 맡기면 금융 취약 계층이 어려워지는 '시장 실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수료 인하 여력을 영세·중소가맹점에 더 많이 주도록 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거래 비용만 따지면, 매출 규모가 큰 대형 가맹점보다 영세 가맹점이 더 높은 수수료율을 부담하는 구조여서,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최대 4.5%에 달했고, 영세 가맹점이 대형 가맹점보다 높은 수수료율을 부담했다.

임 위원장은 "지금도 3억~5억 원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은 2.15%인데 10억 원 초과 대형 가맹점은 1.96%여서 규모가 작은 가맹점을 더 우대하게 했다"면서 "신용도가 낮은 서민을 배려해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대출 금리를 얼마 이상 받지 않게 하고 서민금융상품 5조~7조 원을 더 낮은 금리로 공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관치금융' 논란에 대해서도 임 위원장은 "관치금융은 법에 정하지 않은 룰(규칙)로 금융회사 영업행위에 개입하는 것인데, 법에 따라 하는 걸 관치금융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일축했다.

가계부채 증가 주도하는 집단 대출은 수수방관 "금융 규제 적용 어려워" 

지난25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한번에 150여명이 청약상담할 수 있는 상담석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는 일반분양 6천725가구를 한꺼번에 분양해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의 단일분양 기록을 세웠다.
 지난25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한번에 150여명이 청약상담할 수 있는 상담석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는 일반분양 6천725가구를 한꺼번에 분양해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의 단일분양 기록을 세웠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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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임 위원장은 최근 아파트 분양 시장 과열 속에 가격부채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집단 대출' 문제에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임 위원장은 "분양시장 호조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도금 집단 대출 증가액이 9조 1천억 원으로 지난해 증가액(3조 1천억 원)의 3배, 재건축 집단 대출 증가액은 3조 4천억 원으로 지난해 증가액의 2배에 이른다"면서도 "분양 시장 집단 대출 규제를 신설할 계획은 없고 다만 은행 스스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집단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건, 시행사가 아파트 분양 전에 은행과 계약을 맺고 대규모로 집단 대출을 받으면 절차가 간편하고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와 같은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9월 현재 집단 대출 잔액이 105조 원에 달해 가계 부채 위험을 부채질하고 있는데도 정작 금융위는 법에 따른 규제조차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방치 금융'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임 위원장은 "최근 일어나는 대출 40%가 집단 대출에서 나온다"면서 "그만큼 분양시장이 확대됐다는 방증"이라며 오히려 반기는 모양새다. 금융위는 박근혜 정부 들어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 완화 기조에 별다른 반기를 들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집단 대출 점검에 나선 데 대해서도 "검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집단대출 모니터링과 리스크 관리를 위한 컨설팅 차원"이라며 분양 시장에 줄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급급했다.

임 위원장은 "집단 대출은 아파트를 분양하기 전에 시행사와 은행이 약정을 맺기 때문에 누가 들어올 줄 몰라 부동산담보대출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이미 분양된 물건을 사는 사람에게 대출하는 게 아니라 불법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다만 임 위원장은 "분양 시장이 활성화돼 공사가 진행되면서 중도금 대출이 실제 실현되고 나중에 잔금 대출까지 커지면 (LTV, DTI 적용 같은 직접 규제) 얘기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선 직접 규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태그:#임종룡, #금융위원회, #집단대출, #카드 수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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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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