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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22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기념 조례와 박정희 동상 건립을 위한 예산안 부결을 대구시의회에 요구했다.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22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기념 조례와 박정희 동상 건립을 위한 예산안 부결을 대구시의회에 요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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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회가 22일부터 임시회를 열고 대구시가 제출한 박정희 기념 조례와 동상 건립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심사할 예정인 가운데, 대구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농성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박정희 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는 역사의 죄인이고 기념해야 할 인물이 아니다"라며 "대구시의회는 박정희 기념조례를 부결하라"고 촉구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박정희는 일본군 장교로 일제에 부역하고 1965년 한일협정으로 식민통치에 면죄부를 줬다"며 "대통령 직선제와 지방자치제를 폐지하고 양심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권의 위기 때마다 용공사건을 조작해 민주 인사를 구속·고문·살해했다"며 "1975년 4월 9일 대구의 민주 인사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이를 표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념하고 동상을 세우려는 이유로 산업화의 공로를 언급한 데 대해 "박정희의 산업화는 명암이 있고 아직 학문적 논쟁의 영역에 있다"면서 "초저임금·초장시간의 노동을 감내하며 우골탑을 쌓은 국민들의 공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장 시대에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로 공로가 있다고 하면 히틀러의 동상도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박정희는 부정축재를 일삼고 가혹한 노동을 강요했을 뿐만 아니라 천민자본주의를 만들어낸 장본인이었다는 점을 오히려 상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시장을 향한 비판도 쏟아냈다. 이들은 "홍 시장의 지난 1년 8개월 대구 시정엔 거대한 퇴행과 폭주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며 "비판하는 시민과 언론은 '짖는 개'가 되고 시장은 폭주하는 열차의 기관사가 됐다"고 힐난했다.

이들은 "대구시가 세워야 할 것은 박정희 동상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다양성과 혁신의 깃발"이라며 "민주적 열정, 참여적 자치, 창조적 공론이지 구시대의 표상인 독재자의 동상이 아니다"라고 촉구했다.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대구시의회가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는 것은 굉장히 실망스럽다"며 "조례안을 부결시키지 않으면 시의회는 견제기관으로서의 근거를 부정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홍 시장이 중앙정부에 예산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이유가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박정희 우상화 사업이 정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희 친일·공산당 행적비 세워야... 공론화 위한 1대1 토론 제안"

엄창옥 경북대 명예교수(민주평등사회를 위한 대구경북 교수연구자연대회의)는 "경북대 사범대 안에 있던 박정희 흉상은 많은 수모를 겪은 후 박물관으로 옮겨지고 유물이 됐다"면서 "박정희는 박물관에서 공과를 되새기며 극복돼야 할 유물"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박정희 동상 건립은 역사적 퇴행인 것이며 우리는 지금 이 퇴행을 막으려 하고 있다"면서 "홍 시장이 정말 동상을 세우고 싶다면 박정희의 독재 만행뿐만 아니라 친일 행적, 공산당 행적을 담은 행적비를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홍준표 시장에게 박정희 동상 공론화를 위한 일대일 토론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홍준표 시장은 막무가내로 아무런 공론화 없이 동상을 세우겠다고 한다"며 "홍 시장의 불통을 보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과 오만의 똑같은 패턴을 우리가 대구시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공론화, 토론회 등은 거쳐야 되지 않겠느냐"며 "홍 시장에게 일대일 토론을 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동안 대구시의회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해온 범시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 천막을 치고 임시회가 끝나는 다음달 2일까지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시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내 부결을 촉구하는 운동도 함께 진행한다.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22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 천막을 치고 다음 달 2일까지 박정희 기념조례 제정 부결을 위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22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 천막을 치고 다음 달 2일까지 박정희 기념조례 제정 부결을 위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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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좌파단체가 주장한다고 우왕좌왕? 대구 산업화 정신 훼손"

이런 가운데 홍준표 시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기 위해 동상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홍 시장은 이날 오전 열린 대구시의회 임시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는 기념사업을 산업화의 상징 도시인 대구가 당당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5000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 박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은 출발이 대구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정희의 산업화 정신을 대구가 기리지 않고 일부 좌파 단체가 주장한다고 거기에 매몰돼 우왕좌왕하는 것은 대구의 산업화 정신과 2.28자유정신을 훼손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례가 시의회에서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예산부터 편성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멍청하고 무식한 주장"이라며 "나는 1974년 유신 반대운동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고 유신 체제를 반대했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이 나라 5000년 가난을 털어내고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은 "공과는 반드시 균형있게 평가돼야 한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역행했던 과오도 있지만 헌정 사상 가장 힘든 시기에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산업화를 이루고 한국을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업적을 남긴 지도자였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독단과 결단은 결이 다르고 시민들에게 닿는 온도차도 클 수밖에 없다"며 "결정에 앞서 상충된 의견을 세심히 살피고 보듬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이다. 의회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만큼 안건 심의 과정에서 냉철하게 점검하고 민의를 충실히 담겠다"고 덧붙였다.

태그:#박정희동상, #박정희기념사업, #대구시의회, #박정희우상화, #범시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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