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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카드와 현금이 들어있는 지갑을 분실했는데, 누군가 지갑을 주워서 CCTV 아래 올려놓은 덕분에 무사히 지갑을 되찾을 수 있었다.
▲ 한국의 놀라운 치안 화장실에서 카드와 현금이 들어있는 지갑을 분실했는데, 누군가 지갑을 주워서 CCTV 아래 올려놓은 덕분에 무사히 지갑을 되찾을 수 있었다.
ⓒ 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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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사, 한국은 딱히 볼 게 없는데, 외국사람들이 한국에 관광을 오는 게 이해가 잘 안 돼."

코로나 엔데믹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다는 뉴스를 본 어느 한국인 친구가 우즈베키스탄인인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말에 나는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의 장점과 매력을 정작 한국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 생활에서 가장 놀라운 경험은 바로 '한국의 치안'이다. 원룸에서 혼자 사는 여자가 새벽에 슬리퍼를 신고 집 근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지 싶다. 나는 그렇게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나이트 투어'를 자주 즐기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조사에서도 한국에서 가장 만족하는 항목으로 '치안'을 꼽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안전이 보장된 사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관광자원임을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

작년에 방학을 맞아 부모님과 가족을 만나러 고향 우즈베키스탄으로 한 달 간 돌아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하자마자 친구로부터 '커피잔 세트를 내가 사는 원룸으로 택배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기다리던 선물이었지만 출국 날자와 택배 도착 날짜를 맞추지 못했다. 나는 5층짜리 원룸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그곳에는 거주자만 30명이 넘는다. '아깝지만 커피잔은 물 건너갔구나' 포기하고 우즈베키스탄에서 한 달을 머문 뒤 방학이 끝날 때 쯤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한 순간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문 앞에 택배상자가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 없는 집 앞에 택배상자가 무려 한 달 간 방치되어 있었지만 그것을 손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복도에 CCTV가 설치된 것도 아니었다. 이것이야 말로 한국만의 장점과 매력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몇 달 전에는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비자카드와 외국인등록증, 현금이 들어있는 손지갑을 분실한 적이 있다. 한참 뒤에야 지갑을 잃어버린 사실을 깨닫고는 허둥지둥 그 화장실로 갔는데, 누군가 내 지갑을 발견해 CCTV가 잘 보이는 곳에 지갑을 옮겨 놓았다. 이런 일들은 한국인들에겐 당연할지 모르지만, 나 같은 외국인들에겐 소름 돋는 '어메이징 코리아'이다.

한국에서의 이런 놀라운 경험과 신뢰가 쌓이면서, 나는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다가 화장실을 가거나 볼일을 보러 잠시 자리를 비울 때면 다른 한국인들처럼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테이블에 그대로 놓아두는 습관이 생겼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치안을 증명하기 위해 카페 테이블에 지갑이나 소지품을 올려둔 채 자리를 비운 뒤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K-문화'는 'K-팝'이나 'K-드라마' 못지않게 외국인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런 경험이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끼던 선글라스를 지하철에 놓고 내려 황급히 유실물 센터에 접수를 했지만 1년이 넘도록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한국의 치안은 금수강산 못지않게 한국을 아름답게 만드는 문화적 자산이다. 한국 사람들이 이를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다.

태그:#치안, #안전, #지갑, #카페,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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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유학생입니다. 우즈벡에서 한국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에서 석사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5년째 생활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과 우즈벡, 두 나라의 발전과 교류를 위한 가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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