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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비계 삼겹살’ 사진
 지난달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비계 삼겹살’ 사진
ⓒ 보배드림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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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 '비계 삼겹살' 논란이 뜨겁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4월 29일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글입니다. 

"열받아서 잠이 안옵니다..(제주도 가지마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이는 "서귀포 흑돼지 전문점에서 98% 이상이 비계인 15만원짜리 삼겹살을 먹은 이야기를 하겠다"며 "비계가 많은 삼겹살을 받고 직원에게 컴플레인했지만 '이 정도면 고기가 많은 편'이라는 얘길 듣고 기분 더러워서 3점 먹고 계산하고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게시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 속 삼겹살을 보면 살코기 부위보다는 비계가 더 많아 보입니다. 작성자는 "구글리뷰에도 저같이 당한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구글 리뷰 속 사진을 보면, 살코기보다 비계 부위가 훨씬 많아 보였습니다. 

이후 보배드림에 올라온 글은 뉴스로 보도됐고 이에 고깃집 사장이 사과문을 올리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비계 삼겹살'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오영훈 제주지사 "식문화 차이도 감안해야"
 
2일 열린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기자 간담회 모습
 2일 열린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기자 간담회 모습
ⓒ 제주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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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비계 삼겹살'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오영훈 제주지사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오 지사는 "위생 관련 부서가 식당에 대한 지도 감독 권한이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홍보를 강화하는 방안을 찾고, 점검도 시작했다"면서 "축산분야에 대한 지도 강화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다만 민간 사업체 운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식문화 자체의 차이도 있을 수 있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 지사의 '식문화 차이'라는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제주에서는 비계만 먹나보네", "식문화 차이라고, 이런 것이 제주 지사이니 제주도 망할 일밖에 없구나", "사진은 비계가 90%이군요. 가짜 삼겹살입니다. 불판닦기용입니다. 이런 고기는 손님에게 팔면 안 돼요. 제주도 반성하세요"란 댓글이 달리는 등 또 한 번 제주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오 지사의 '식문화 자체의 차이'라는 발언은 제주에서 13년째 살고 있는 기자도 처음 듣는 말입니다. '뼈삼겹'이라는 메뉴 자체가 다른 부위에 비해 비계가 많다고 해서 제주만의 독특한 식문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도민들은 잘 먹지 않습니다. 인스타그램 사진이나 방송용에 적합한 메뉴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논란이 된 서귀포시 흑돼지 전문점은 연예인이 자주 가는 식당으로 방송에서도 여러 번 맛집으로 소개한 곳입니다. 그러나 인테리어를 제주 돌담처럼 꾸몄다고 뼈삼겹이라는 메뉴가 접짝뼈국처럼 제주 향토 음식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공무원까지 동원해 내국인 관광객 1300만명 총력전 펼친다면서
 
지난달 24일 제주도가 개최한 내국인 관광객 1300만명 유치 총력전 보도자료
 지난달 24일 제주도가 개최한 내국인 관광객 1300만명 유치 총력전 보도자료
ⓒ 제주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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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제주도는 '내국인 관광객 1300만 명 재개를 위한 도-행정시-관광유관기관 대책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지난해에 비해 약 10% 감소하고 있는 내국인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공무원까지 동원해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제주도의 의지를 보여준 행사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제주 '비계 삼겹살' 논란으로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습니다. 

최근 제주는 바가지요금과 불친절에 대한 관광객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비계 삼겹살' 논란도 그 여파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제주지사는 '식문화 차이'라는 황당한 변명과 안일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불 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입니다. 

제주는 대부분의 물류를 육지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물가가 비쌉니다. 하지만 물류비를 감안해도 일부 관광지 식당을 보면 과도하게 비쌉니다. 방송이나 SNS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 대부분은 홍보를 잘합니다. 전문가들은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들이 비싼 이유는 재료비가 아닌 과도한 홍보비나 마케팅 비용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제주 자치경찰단이 지난해 추석명절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을 벌이는 모습?
 제주 자치경찰단이 지난해 추석명절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을 벌이는 모습?
ⓒ 제주자치경찰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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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지사의 말처럼 식당에서 자체적으로 가격을 정하는 경우 도에서 강제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제주 백돼지를 흑돼지로 속여 팔거나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행위는 소비자를 기망하는 것이기에 단속해야 합니다. 그러나 제주도의 단속은 설날이나 추석처럼 명절에만 집중되고 있습니다. 

'비계 삼겹살' 논란이 됐던 흑돼지 전문점에서 일하다 그만둔 직원은 JTBC <사건반장>에 "가게에 진열돼 있는 고기가 있는데 딱 봐도 이상해서 제가 '고기 색깔이 이상하다' 하니, 그걸 꺼내서 '이런 고기는 빨리 써야 한다'고 손님한테 주더라"며 "말도 잘 못하는 외국인 손님한테까지 줬다"라고 제보했습니다. 

고깃집 사장은 "해당 직원은 일도 제대로 안 하고 급여 관련 불만이 있어서 나간 사람으로 악의적인 제보"라며 "나쁜 고기를 쓴 적이 전혀 없으며, 직원들을 동원해 리뷰 작성을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전 직원과 사장 중 누구 말이 맞는지 조사를 해봐야 하지 않느냐", "제주 관광지 식당들 전수 조사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5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의 어린이날 연휴가 시작되면서 17만 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다고 합니다. 이들이 다시 제주를 찾을지 아니면 다신 제주에 오지 않겠다는 불쾌한 마음을 갖고 육지로 돌아갈지는 제주도정과 관광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도민들의 의지와 노력에 달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제주비계삼겹살, #오영훈, #제주도, #관광객, #흑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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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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