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에 가시면 이 한옥집 한 번 들러 보세요

개방 한옥 '심심헌(尋心軒)'... 규모 작지만 보는 맛 좋아

등록 2014.06.21 12:33수정 2014.06.2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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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아담한 한옥집. ⓒ 김종성


좁은 골목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숨은 경치와 운치를 찾는 재미가 있는 북촌 한옥 마을. 서울에서 유일하게 전통한옥이 밀집돼 있어 시민들은 물론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종로구의 유명 장소다. 그 가운데 특히 종로구 가회동 31번지 일대의 골목길은 북촌의 한옥 풍광을 대표한다.

북촌 마을의 완만한 언덕길을 따라 처마선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이곳은 '북촌5경'으로 불릴 정도로 빼어잔 풍광을 자랑한다. 동네 분위기를 더욱 깔끔하게 하고 좋은 골목길 풍경을 위해 전봇대를 없애고 전깃줄을 지하로 묻었을 정도다.


그런 노력 덕택에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몰려드는 내외국인 관광객 탓에 고즈넉한 산책을 즐기기 어렵게 되었다. 한옥들과 어울려 자리한 개성있는 박물관과 공방들은 좋았지만, 정작 한옥 집집마다 대문이 굳게 닫혀 있어 정다운 한옥을 겉에서 담장과 지붕, 기와만 구경하다가 돌아갈 때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북촌을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에게 내부를 공개하는 유일한 개방 한옥이 있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찾았다.

한옥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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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 좋기로 소문난 북촌 5경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개방한옥 '심심헌'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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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양, 이중문 등 여러 기능을 가진'열어 들개문' ⓒ 김종성


북촌 5경과 6경 사이 언덕 중간 가회동 31-29번지에 위치한 심심헌(尋心軒, 마음을 찾는 집)은 유료이긴 하지만 상세한 설명과 함께 한옥 내부를 둘러 볼 수 있어 가볼 만한 곳이다. 예전에 지어진 그대로의 한옥은 아니다. 2002년부터 3년에 걸쳐 문화재 기능장 정영수 대목이 지었다고 한다. 한옥 고유의 아름다움도 잘 보존되어 있고, 실제로 생활하기 불편하지 않게 현대적 기능을 접목한 한옥이다.

작은 안뜰이 있는 20평 정도의 아담한 한옥집으로 들어서 대청마루에 오르자 맨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게 '열어 들개문'이다. 열어 들개문은 여름엔 해를 가리는 차양으로 겨울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이중문의 기능을 가진 우리 선조의 지혜가 그대로 담긴 것으로 주로 궁궐이나 양반집에서 사용했단다. 이 이채로운 문짝을 모두 열어 천장에 고정하면 하나의 큰 열린 공간으로 변신한다.

상황에 따라 칸막이 문을 여닫으면서 공간을 축소, 확대하는 구조가 바로 한옥이다. 방안을 거닐다보니 바닥에 문턱이 없다. 발에 걸리는 문턱이 없으니까 긴장이 줄어들고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20평의 아담한 한옥집이 굉장히 크게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인 듯싶다. 모든 한옥에는 나름의 미적 감각과 자연스러운 멋이 배어 있는데, 이는 바람의 통로와 물의 위치, 산과 평야와의 거리 및 방향 등 풍수지리 이론에 근거해 설계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제대로 체감했다.


가이드가 설명하는 한옥 이야기도 꼭 들어보길 권한다. 겉모습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중국의 집엔 없는 온돌과 마루, 왜 부엌은 집 전체에서 가장 좋은 곳에 있는지, 안채와 곳간채 사이의 폭을 어떻게 달리해서 통풍을 원활하게 했는지, 뒷산 봉우리와 처마 끝을 어떻게 조화롭게 했는지, 사랑채의 안고지기라 불리는 미닫이 여닫이 문이 어떻게 효율적인 공간을 창출하는지 직접 들어보면 우리의 한옥이 다시 보인다.

현대식 주거 기술을 접목한 '모던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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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미적 아름다움과 매력이 집 곳곳에 담겨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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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에 편안하게 앉아 마시는 冷오미자차의 맛이 더욱 시원하다. ⓒ 김종성


안방 천장 위를 다락방 혹은 벽장 개념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천장에 달린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계단이 내려와서 올라갈 수 있다. 한옥의 단점인 수납공간을 천정 속 빈 공간을 다락방으로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후일 한옥집에서 살 게 된다면 기억해 두었다가 잊지 않고 써먹어야겠다.

화장실과 부엌, 지하의 주거 공간은 현대적인 기능을 접목했다. 재래 한옥에서 불편하던 점이 화장실과 주방이다. 심심헌은 아파트처럼 주방과 화장실을 모두 실내에 들였다.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현대에서 어떻게 한옥을 활용하고 주거 공간으로 써야할지 가이드를 제시해 주는 집이다. 불편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재래식 집이라는 인식을 벗어 던진 세련된 '모던 한옥'이다.

집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고가구와 소품들도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져 있다. 대청마루에 서면 종로 일대와 저 멀리 남산 타워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오고, 누마루에서는 마당에 심어진 소나무와 그 너머의 가회동 한옥주택 일대의 기와 물결을 볼 수 있다. 특히 집 방 안에 들어서서 창밖을 보면 창틀 안에 소나무 한 그루가 들어온다. 그대로 한 폭의 산수화다. 한옥의 미적인 아름다움과 매력을 경험할 수 있었다. 팔을 벌리면 쏙 안길 것 같은 작은 한옥집이지만 들어와 있으면 어떤 안정감과 충만감이 드는 한옥집이다.

한옥에서 조용히 쉬기를 원했던 집 주인은 해가 갈수록 시끌시끌해지는 한옥 골목에서 예전의 소망이었던 차분한 휴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왕 공들여 지은 한옥이니 이 골목을 찾아온 분들에게 제대로 집 구경의 기회를 공유하고자 개방 한옥을 결심 하게 되었다. 한국 내셔널 트러스트(문화재를 지키고자 하는 국제적인 민간기구)와 협력해 심심헌의 운영방안을 함께 모색하였고 여러 가지 의논을 거쳐 개방하게 되었다고.

북촌을 찾는 외국인이 사람이 사는 제대로 된 한옥을 보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약간 비싸게 느껴지는 입장료 만원은 차 한 잔이 포함된 가격이다. (내셔날 트러스트 회원은 회원증을 제시하시면 30% 할인받음) 같이 간 친구와 시원한 오미자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다보니 일찍 찾아온 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한옥 마당에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던 어느 외국인 관광객은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한옥 심심헌이 경복궁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고 했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북촌 한옥마을에서 조용히 쉬어가며 대청마루에서 시원한 차도 마시고 한옥에 담긴 옛 이야기도 들으며 여유로이 우리 옛집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들이 몰리는 주말에 갈 땐 미리 방문예약 전화를 하면 더욱 여유롭게 '심심헌'을 감상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ㅇ 위치 ;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31-29번지
ㅇ 운영시간 ; 오전 9시 ~ 오후 7시30분
ㅇ 입장료 ; 1만원 (차 무료 제공)
ㅇ 문의 ; 02) 763-3393 (www.simsimheon.com)
#북촌한옥마을 #심심헌 #북촌5경 #열어 들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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