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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질 '발언'에 중계 취소... 속 좁은 중국이 모르는 것

NBA에 이어 EPL에도 보복성 조치, 작은 비판조차 억압하려 해

19.12.16 15:08최종업데이트19.12.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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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소심함은 어디까지일까. 일개 스포츠 선수의 개인 의견조차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물론, 각종 수단을 동원하여 이제는 해외의 비판 여론까지 억압적으로 통제하려고 드는 오만함은, 전세계에서도 유독 중국에게만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EPL) 아스널 FC에서 활약중인 메수트 외질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위구르족이 중국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질은 "중국에서 코란(이슬람 경전)이 불태워지고 사원과 신학교는 폐쇄됐으며 종교 지도자들은 하나씩 죽임을 당하고 있는데도 무슬림들은 침묵하고 있다"며 신장 위구르 자치구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와 무슬림들의 대응을 촉구했다. 외질은 터키계 독일인이며 무슬림이다.

'인권 문제'는 중국의 오랜 아킬레스건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전통적으로 반중 정서가 강하고 분리독립 운동이 끊이지 않고 있는 지역이다. 2009년에는 분리독립 운동으로 수많은 인명이 숨지는 '우루무치 유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서구권에서는 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강제수용소를 운영한다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중국은 초기에는 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다가 최근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와 폭력을 순화하기 위한 직업학교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인권 탄압 의혹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아스널 구단은 논란이 거세시자 외질의 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나섰지만 중국 측의 반발은 거세다. 중국축구협회가 나서서 "외질의 글에 분노하고 실망한다"고 비난 성명을 내는가하면, 다수의 중국 누리꾼들이 외질의 SNS에 몰려가 집단적으로 욕설과 저주의 댓글을 쏟아내기도 했다.

또한 당초 중국 CCTV가 중계할 예정이었던 아스널과 맨체스터시티 간 경기도 별다른 설명 없이 갑자기 취소됐다. 일시적인 조치라고도 보기 어려운 것은, 이날 경기만이 아니라 중국내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서비스나 각종 스포츠 중계사이트에서도 돌연 아스널의 경기만 일제히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의도된 보복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돈과 힘으론 진실을 숨길 수 없다

외부의 비판에 대한 중국 사회의 보복성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월에는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레이 단장이 중국의 또 다른 뇌관인 '홍콩 시위' 사태를 직접 언급하며 SNS를 통해 "자유를 위해 싸워라. 홍콩과 함께 서라(Fight for freedom, Stand with Hongkong)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NBA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을뿐 아니라 휴스턴은 중국의 농구영웅 야오밍이 활약했던 팀이었기에 모레이 단장의 SNS가 미친 파장은 컸다. 당시 중국 CCTV는 곧바로 휴스턴의 중국내 경기 중계를 중단하고, 향후 NBA와의 모든 협력과 교류도 중단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CCTV는 모레이 단장의 발언을 비난하며 "중국의 국가 주권과 사회 안정을 부정하는 발언은 언론의 자유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모레이 단장은 트위터에 "중국 내 로키츠 팬들과 친구들을 공격할 의도는 없었다"는 글을 올렸고 NBA도 자체 성명을 내고 사과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미국 자국에서는 NBA가 수익성 때문에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도 휴스턴의 경기는 중국에서 중계 금지가 풀리지 않고 있다.

NBA나 EPL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거대 스포츠 시장이다. 개인의 소신과 자유를 중시하는 서구권에서 스포츠인들도 민감한 이슈에 대하여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중국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시아에서 가장 거대한 중국 시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바꿔말하면 그만큼 중국의 자본력이 스포츠 시장에서도 세계 곳곳에 깊이 침투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이런 식으로 외부의 정치적-사회적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자국내 여론을 통제하던 식으로 억압하려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국제사회의 비판과 경계심만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NBA 휴스턴 파동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터져나온 외질사태는 미국과 유럽 스포츠팬들에게까지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한 번 더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중국 사회와 당국이 개인의 비판에도 이토록 과도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아픈 곳을 찔렸다는 방증이 될 뿐이다. 돈과 힘으로 비판을 잠시 억누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실을 영원히 숨길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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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질 위구르자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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