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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연도에 멋진 해식동굴이 생긴 이유

연도 동굴섬 지질 탐사기

등록 2024.05.10 15:12수정 2024.05.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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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연도 동굴섬 지질탐사팀 일행이 솔팽이굴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 오문수


지난 4일에 '여수 연도 동굴섬 지질탐사' 팀 6명과 함께 연도를 방문했다. 일행이 연도를 방문한 이유는 천연보호구역과 해양공원을 만들기 위해서다. 연도는 솔개를 닮았다 하여 '연도(鳶島)' 또는 '소리도'라 부른다.

일명 '보물섬'이라 불리는 연도는 금오열도의 맨 마지막에 위치해 태평양의 강한 파도를 맨몸으로 받는 곳이다. 해서 태평양에 면한 남쪽 해안에는 크고 멋진 해식동굴이 발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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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굴 또는 쌍굴이라 불리는 굴모습. 주변 바위는 절리로 형성되어 있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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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바위 모습 ⓒ 오문수

   
소룡단 곳부리 해안에 솔팽이굴을 비롯해 쌍굴, 만작굴, 이심난굴, 용문굴, 십자굴, 정월래굴이 있고 반대쪽에는 코끼리가 코를 물에 담궈 놓은 듯한 코끼리 바위가 있다.


섬주변에는 작도(까치섬)와 알마도가 있으며 삿갓여, 검둥여, 마당여, 기름여, 소룡여, 거북여, 고래여 등 크고 작은 무인도들이 있다.

'다시 찾고 싶은 등대'에 선정된 소리도 등대(2006.12 등대문화유산 지정 제22호)는 덕포길 133에 위치해 있다. 1910년 10월 4일 건립된 등대는 백색 6각형 콘크리트 구조로 등대 내부가 나선형 철재 계단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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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의 명물인 연도 등대 모습으로 1910년에 세웠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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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7일) 필자와 함께 운동하는 국동테니스 클럽회원들이 연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소룡단을 방문해 잠시 쉬고 있다. 회원들이 앉아쉬고 있는 곳이 암맥이고 신발부분이 쇄설암이다. ⓒ 오문수

 
등탑 높이는 9.2m이지만 해수면으로부터 82m의 고지대에 위치해 먼 바다에서도 잘 보이며 12초 간격으로 반짝이는 불빛은 42㎞ 떨어진 곳까지 도달한다. 현재 여수 광양항을 드나들거나 부산 방향으로 항해하는 선박들의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연도가 '보물섬'이라 불린 이유

연도에는 동굴에 보물을 숨겼다는 전설 3가지가 전해 내려온다. 첫째는 후백제와 고려 건국공신인 순천 호족 박영규가 해상무역을 독점하던 때 소리도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하면서 엄청난 순금을 숨겨뒀다는 전설이다.

두 번째는 해방 전 일본이 인근 금광에서 캐낸 노다지를 일본으로 싣고 가다가 해방을 만나 돌아가지 못하고 소리도 어느 동굴에 숨겼다는 이야기다.


세 번째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매스컴에도 몇 번 보도된 적이 있다. 1627년 네델란드 상선이 일본에서 황금을 싣고 인도네시아로 가던 중 해적선에 쫒기다가 솔팽이굴에 금궤를 숨겨두고 간 선원이 성경책에 표시를 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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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지질탐사팀 일행이 보물섬 전설이 전해내려오는 솔팽이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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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식동굴과 바위를 탐사하는 여수 연도지질 탐사팀원들 모습 ⓒ 오문수

 
시간이 흘러 1972년 네델란드인이 보물지도를 내놓고 보물 얘기를 하는 것을 카투사에 함께 근무하던 연도 출신 손연수씨가 듣게 되었다. 보물지도 상에는 'SOJIDO'로 되어 있었다.

자신이 보았던 보물 지도의 위치가 고향인 연도라고 확신한 그는 제대 후에 보물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동굴 탐사를 진행할 수 없고 밖은 수심이 너무 깊어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굴속 어딘가에 보물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암맥과 파도의 합작품, 연도 동굴

오전 6시 20분, 여수여객선 터미널에서 일행을 태운 배가 여천항, 안도항을 거쳐 연도 역포항에 도착해 첫 여장을 푼 곳은 '연도해녀민텔'이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친 일행이 3층 커피숍에 올라가 공부를 시작했다.

연도 출신인 염대현씨가 연도 지도(1/6440 축척)를 펼쳐 들고 연도 지리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가 어릴 적에 겪었던 일화며 구수한 사투리에 일행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연도에는 진시황의 명령으로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연도에 들렀다가 죽었다는 장군묘가 있고 진시황 시종인 '서불'이 '서불과차'라고 새겨 놓고 떠났다는 '글쓴바위'가 있었는데 태풍 때 떨어져 나가버렸다는 바위가 있습니다. 있다가 보시면 알겠지만 바다 동굴을 보고 우리 어릴 때는 '거시랭이 굴'이라고 했어요."

낯설은 '거시랭이 굴'이라는 말에 일행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국가지질공원 전문위원인 박정웅 박사의 설명으로 지렁이의 사투리가 '거시랭이'라는 걸 알았다.

본동 항구를 떠난 배가 방파제를 돌아 나가자 코끼리 바위가 나왔다. 이어 어느 여인의 딸이 나무하러 가다 빠져 죽었다는 '대바위 전설' 어린 대바위를 지나 '덕포명품마을' 해안가 몽돌바위 인근에 있는 '정월래굴' 앞에서 배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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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래굴 내부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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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한 모습의 암맥 모습. 암맥과 주변 암석에는 틈이 있고 암석의 성질이 달라서 강한 파도가 치면 쉽게 부서지는 곳이라 암석이 떨어져 나가며 해식동굴이 생긴다. ⓒ 오문수

 
지질탐사용 망치를 든 박정웅 박사가 앞장서고 일행은 정월래굴이 보이는 바위 위까지 올라갔다. 정월래굴은 천장굴이다. 천장굴은 수면에서 동굴이 위로 뻥 뚫려 하늘이 보이는 굴을 말한다. 지름이 7~8미터쯤 되는 천장굴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염대현씨가 구수한 사투리로 말한다.

"워매! 고소공포증 있는 내가 위에서 아래를 쳐다볼랑깨 등골이 오싹해져서 못쳐다보겄네."

박정웅 박사가 "정월래굴 윗부분을 보시라"며 해식동굴이 생긴 연유를 설명했다.

"해식동굴을 보니 재미있는 특징이 나타납니다. 동굴이 발달하는 곳에 암맥이 있습니다. 암맥은 뜨거운 마그마가 암석을 뚫고 들어간 후 굳어진 것입니다. 암맥과 주변 암석에는 틈이 있고 절리가 잘 발달해서 파도가 치면 잘 부서지는 암석이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암석이 점점 떨어져 나가면 동굴이 생기고 동굴이 넓어지게 됩니다. 연도의 동굴은 암맥과 파도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박정웅 박사는 산 위에서 굴러떨어진 바위 하나를 가리키며 자세히 설명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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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질공원 전문위원인 박정웅 박사가 정월래굴 인근에 떨어진 바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나로 붙어있지만 완연히 색깔이 다른 이유는 화산쇄설암에 안산암이 뜷고 들어갔다고 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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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웅 박사가 연도 인근에 있는 알마도의 생성 원리를 그림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 오문수

 
"분출한 용암이 굳어진 암석을 화산암이라고 합니다. 이산화규소(SiO2) 함량에 따라 구분하는 데 유문암이 가장 많고 현무암이 가장 적습니다. 이 바위는 화산 쇄설암에 안산암이 뚫고 들어가 생긴 바위입니다."

필자는 연도를 10여 번 방문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100여 개의 유인도를 돌아보았다. 섬에 존재하는 해식동굴은 파도가 강해서 생긴 것으로만 알았다. 박정웅 박사의 설명을 듣고서야 해식동굴의 원리가 이해됐다.

그러고 보니 연도의 많은 동굴 옆에는 지렁이처럼 생긴 암맥이 흐르고 동굴 위에는 방상절리나 수직절리가 있었다. 해식동굴은 절리의 약해진 부분을 강한 파도가 때려 침식이 일어나 탄생한 것이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연도지질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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