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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버스는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폭로했다.
 뉴스버스는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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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을 악용해 영장범위를 벗어난 정보를 조직적으로 불법 수집‧관리‧활용해온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실체가 뉴스버스 보도로 드러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기자가 직접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이 단초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검찰청(대검) 중수2과장 재직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 보도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이 기자는 압수수색 전반이 이상하다고 여겼다. 휴대전화 포렌식이 다 끝났는데도 '나머지 정보를 업로드하겠다'는 검찰 수사관, 압수영장 범위를 벗어난 전자정보까지 복제하고 보존하겠다는 수사지휘서를 보고 의문은 곧 확신으로 변했다. 이 기자는 "이런 불법사찰이 세상에 드러나면 검찰이 문 닫을 일이라 생각했다"며 "파장은 더 남아 있다"고 말했다.

뉴스버스가 3월 21일 보도한 '검찰, 수사권 이용 조직적 민간인 불법사찰'은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공론화하고 구체적인 책임범위까지 살핀 점을 높이 평가받아 2024년 4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받았다. 4월 29일 시상식이 끝난 뒤 이진동 대표기자와 김태현 기자를 만나 취재 뒷이야기를 들었다.

정치적 이용행위 드러나면 검찰 수사권 뺏어야

- 사건의 파장을 예상했나.

이진동 : "검찰이 문 닫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디까지 확산될지 모르지만 파장은 더 남아 있다. 지금까지 재판과정에서 검찰의 불법적인 정보수집과 재활용 문제가 드러나 무죄판결이 나온 게 4건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이 대표적인데 검찰 증거수집 절차의 위법성 때문에 무죄가 나오지 않았나. 다른 주요 사건도 재판에서 검찰의 불법적 정보수집이 드러나면 무죄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 재판에서 일어날 사법파동 문제가 남아 있다."

- 검찰이 문 닫을 일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이진동 :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은 말 그대로 사찰행위이지 않나. 영화를 보면 검찰이 철제 캐비닛에 담긴 정보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게 나오는데, 실제로 불법 정보수집을 통한 이른바 '디지털 캐비닛'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앞으로 국정조사나 특검에서 그런 사실이 밝혀진다면 누가 검찰의 수사를 믿겠나. 검찰에 수사권을 줬다는 건 검찰 조직을 신뢰한다는 것이고 그만큼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준 것이다. 수사권을 악용해 민간인을 사찰하고 정치적 목적의 이용행위를 했다면 국민들이 수사권을 뺏어야 한다. 그래서 검찰이 문 닫을 정도 파장이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읽씹과 안읽씹으로 일관한 검찰

- 검찰이 보도를 무마, 회유하려고 접촉하진 않았나.

김태현 : "접촉은커녕 오히려 차단하거나 답변해주지 않았다. 읽씹을 하거나 안읽씹을 하는 거다('읽고 씹다'와 '안 읽고 씹다'의 줄임말로, 무언가 묻거나 요구하는 등 대답이 필요한 메시지를 보냈을 때 대답이 없는 걸 뜻한다 - 기자 말). 처음 대검 디지털포렌식연구소장을 인터뷰했는데, 대검 서버 디넷에 압수대상이 아닌 정보가 저장되고 있는 걸 실토했다. 해당 내용이 보도되자 연락을 안 받더라. 대검 디지털수사과장, 디지털포렌식연구소장, 대변인, 부대변인까지 4명 모두에게 질문지를 보냈는데 한 군데서도 연락이 안 왔다. 다들 전화하면 곧바로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된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수신 차단한 거다."

- 검찰 내부나 검찰 출신들은 정말 불법사찰을 몰랐을까?

이진동 : "검찰 출신 법조인 중 대부분은 검찰의 불법적인 정보수집 행위 자체를 몰랐지만 일부 검사는 알고 있었다. 수집정보 폐기기준이 없다는 점과 검찰이 추후 대검 서버 디넷을 압수수색해서 별건수사를 하는 등 재활용할 가능성은 인정하더라. 이런 점으로 볼 때 검찰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정보수집을 하진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을 보면 처벌규정이 분명히 있지만, 걸려야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 정도이고 달리 처벌되지도 않으니 수사편의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반론 취재를 했을 때 연락을 끊고 아예 연락을 안 하는 등 검찰 측 반응을 보면 정보수집이 불법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민간인 불법사찰이 드러나자 검찰은 ‘정당한 증거수집 절차’라고 해명했다.
 민간인 불법사찰이 드러나자 검찰은 ‘정당한 증거수집 절차’라고 해명했다.
ⓒ 뉴스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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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은 '정당한 증거수집 절차'라고 반박하는데.

이진동 :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서 그렇게 주장하는 거다. 이건 누가 봐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검찰이 대검 서버 디넷에 정보를 저장하고 별건수사 등에 활용하는 행위 전부에 대해 대법원이 위법이라고 판단했고 4월 26일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다. 현재까지는 대법원이 위법이라 판단한 수준이지만, 구체적인 수사영역으로 들어가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직권남용 등 형사처벌 조항에 걸리게 된다. 검찰이 여기서 빠져나가려고 불법적 정보수집이 마치 관행에 의해 혹은 기술적으로 불가피해서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처럼 해명하는 게 아닌가 싶다."

- 재판 후 디넷 보관정보를 폐기한다는 해명은 사실일까?

김태현 : "재판이 끝나면 폐기한다는 검찰 주장과 달리 2012년부터 2014년까지 100여 개 전자정보가 여전히 디넷에 남아 있는 게 확인된다. 검찰이 전자정보를 진짜로 삭제하는지 아니면 삭제하는 척하는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검찰은 감시를 받지 않는다. 이진동 대표기자의 경우에도 검찰이 전자정보를 삭제하겠다고 삭제-폐기 확인서를 보여줬던 건데 알고 보니 디넷에 업로드를 하고 있지 않았나. 그러니 검찰이 전자정보를 삭제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삭제 여부는 알 수 없다."

국정조사와 특검, 흐지부지되면 안 된다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보도한 이진동 대표기자·김태현 기자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보도한 이진동 대표기자·김태현 기자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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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언유착 의혹 수사 당시 한동훈 검사가 휴대전화에 24자리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검찰의 불법적 정보수집 행태를 알았기 때문일까.

이진동 : "당연하다. 그걸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비밀번호를 공개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했을 거다. 휴대전화에는 검언유착 의혹 관련 외 다른 정보도 있을 것 아닌가. 당시 검언유착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지만 나중에 다른 건으로 수사받을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거다. 한동훈 검사가 검찰의 생리를 잘 알기 때문에 휴대전화 노출만은 막아야 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단적인 예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는 말을 듣고 낯빛이 변하면서 굉장히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는 검찰 간부 증언이다. 그만큼 한동훈 검사 휴대전화에는 그런 비밀들이 들어있을 거라고 봐야 한다."

- 한동훈 검사가 감추려고 한 휴대전화 속 정보는 무엇이었을까?

이진동 : "결과적으로 한동훈 검사의 휴대전화가 열리지 않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도 되고 한동훈 검사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됐다. 고발사주 사건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 1년 뒤 뉴스버스 보도(2021년 9월 2일)로 알려졌다. 만약 한동훈 검사 휴대전화가 검언유착 의혹 수사 당시 열렸다면 그 국면에서 고발사주 사건은 이미 알려졌을 수 있던 거다. 한동훈 당시 검사장이 고발사주 하루 전(2020년 4월 2일)에 사진 60여 장을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과 권순정 당시 대검 대변인이 함께 있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체카톡방)에 올리지 않았나. 휴대전화가 열렸다면 '사진은 무엇이냐', '고발사주를 같이 공모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후 뉴스버스가 고발사주 사건 특종을 하는 일은 없었을 테지만(웃음)…"

- 검찰이 불법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재활용한 사례가 추가로 밝혀진 게 있나.

이진동 : "아직 추가로 밝혀진 건 없지만 추정과 의심은 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주요 인사들이 많이 수사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도 야당 인사들이 주로 수사를 받지 않았나. 그분들이 휴대전화나 디지털기기를 압수수색 당했다면 십중팔구 압수돼 보관돼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전자정보 압수과정을 직접 참관하고 삭제-폐기 확인서를 썼지만, 주요 인사들이야 그런 과정을 변호사가 알아서 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변호사들도 당연히 그렇게 하는 걸로 알았으니까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던 거다. 그래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심의 영역이지만, 그런 정보들이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이진동 : "뉴스버스는 검찰의 정보 재활용 사례 4건을 서울중앙지검뿐만 아니라 남부지검, 인천지검, 춘천지검, 원주지청에서 확인했다. 즉,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은 특정 검사나 특정 지방검찰청이 아니라 검찰 전체의 문제이자 검찰 전체의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관행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고 분산시켜야 한다. 결국 그게 검찰개혁 핵심이고 요체라고 생각하는데, 22대 국회에서는 이루어질 거라고 기대한다."

- 검찰 언론플레이와 검찰발 언론보도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이진동 : "검찰의 언론플레이는 제도적으로 못하게 해야 한다. 기자가 열심히 취재하려는 건 언론의 사명이고 기자가 본연으로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제도적으로 칸막이를 치고 테두리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디넷을 활용해 피의사실을 흘려가면서 모욕주기를 한다든가,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든가 하는 행위를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국정조사가 필요한 거다. 국정조사를 통해 디넷에 보관된 정보와 활용사례가 밝혀지면, 해당 정보 삭제-폐기 방식 등이 법에 근거해 결정되고 삭제-폐기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 검찰 불법사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이진동 : "수사 개시권, 수사권, 기소권 등 검찰이 권력을 다 갖고 있지 않는가. 검찰이 덮으면 기자들이 취재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정조사, 특검을 하자는 건데 국정조사나 특검이나 모두 정치권에서 이뤄지는 거다. 여야 이해관계에 따른 타협의 산물이 된다면 국정조사나 특검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조국혁신당은 이미 국정조사를 얘기했기 때문에 22대 국회에서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돼야 한다."
 
뉴스버스 ‘검찰, 수사권 이용 조직적 민간인 불법사찰’이 2024년 4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뉴스버스 ‘검찰, 수사권 이용 조직적 민간인 불법사찰’이 2024년 4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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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민언련, #뉴스버스, #이진동, #검찰, #불법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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