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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내 국군장병라운지 서울역TMO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이 생중계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 관련한 기자 질문에 답변하는 장면이 생중계 되고 있다.
 9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내 국군장병라운지 서울역TMO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이 생중계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 관련한 기자 질문에 답변하는 장면이 생중계 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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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채 상병 사망 및 수사외압 의혹을 주시해 온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국민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것엔 답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윤석열이 윤석열했다"는 혹평도 나왔다. 

<오마이뉴스>는 9일 윤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해병대 예비역, 군인권단체 활동가, 군 사망사건 유족 등 아홉 명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키워드인 '격노 발언' 등 민감한 내용에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늘어놓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국민의 67%가 채 상병 특검에 찬성하는 민의를 또다시 무시하겠단 것이냐." - 해병 411기 이우설씨

"기자들의 질문은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고 대통령은 답변을 피하기만 급급했다." - 해병 1043기 김규현 변호사

"경찰과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자는 건 시간만 떼우다 여론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겠단 것이다." - 고 김상현 이병 아버지 김기철씨

"대통령은 오로지 자신이 특검 피의자가 될 것만 의식했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오늘 기자회견은 윤석열 정부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 박석진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상임활동가

특히 윤 대통령의 의지가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기울자, 해병대 예비역들 사이에서는 날선 반응이 쏟아졌다. "국민들이 부여한 숙제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거나 "여당이 내놓은 중재안마저 한 치의 양보 없이 잘라 버렸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공수처와 경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윤 대통령 답변에 대해서는 "말만 길어졌지 결국 같은 입장을 반복한 것", "국민의 저항을 미봉책으로 잠재우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거세게 일었다.

특검법 거부권 시사에 "예상했지만... 말만 긴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질문받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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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분 동안 모두 발언을 한 뒤 75분 동안 20개 질문에 답했다. 정치 현안 질문 8개 가운데 2개가 채 상병 사건 관련이었다.

윤 대통령은 '수사 외압' 의혹을 사실상 부정했고,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당시 출국금지 상태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에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고 '격노 발언' 관련 질문엔 "왜 무리하게 (수색을) 진행해서 인명 사고가 나게 하느냐고 국방장관에게 질책성 당부를 했다"라고 즉답을 피해갔다.  

"대통령실 외압 의혹이 있다", "국방부 수사 결과를 질책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 전 장관을 왜 호주대사로 임명했나" 등 구체적인 질문들도 이어졌으나 윤 대통령의 답변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특검법을 당장 시행할 수 없는 이유와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정당성 등을 설명하는 데 답변 시간을 대부분 할애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 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상병(해병) 순직 사건에 대한 특검법이 재석 168명 중 찬성 168표로 통과되자,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 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상병(해병) 순직 사건에 대한 특검법이 재석 168명 중 찬성 168표로 통과되자,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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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411기 이우설씨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하겠다는 건 사실상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얘기인데, 여론조사상 국민의 67%가 특검에 찬성하는 민의를 또다시 무시하겠다는 것"이라며 "교장선생님 훈화처럼 20분 모두발언을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VIP 격노' 등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서도 도어스테핑(출근길문답)처럼 논지를 벗어나거나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는 답변 일색이었다"라고 지적했다.

특검법 통과 당시 본회의장에서 눈물을 흘린 해병대 214기 참전용사 이근석씨는 "국군 통수권자가 할 말이 아니었다. 국민의 저항을 미봉책으로 잠재워 보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친아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에 갔다가 구명 장비도 입지 않고 급류에 들어가라고 명령한 지휘자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고 해도 지금처럼 아무런 사과 없이 사령관·사단장이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 일어났을까. 여야와 정치 성향을 떠나 국민이자 해병대 선배로서 손주 같은 후배(채 상병)가 당하는 불이익에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해병대예비역연대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해병 1043기 김규현 변호사도 "기자회견을 보다가 펜을 던져버릴 정도로 실망스러웠다"라며 "말로만 소통과 협치를 강조하면서 여당이 내놓은 중재안(공수처 수사를 3개월 기다린 뒤 미흡하면 특검하자는 내용)도 한 치의 양보 없이 잘라 버렸다. 사단장 처벌에 관한 질책 여부를 물어봤는데 전혀 다른 시기의 질책을 얘기하는 등 기자들의 질문은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고 답변을 피하는 데만 급급했다"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자체를 접어버리게 됐다는 반응도 있었다.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윤석열이 윤석열했다. 전향적인 답변을 기대할 필요도 없이 예상한 대로였다"라며 "오는 22일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사람이 10개월 동안 미뤄진 수사를 다시 지켜보자는 건 국민들이 부여한 숙제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총선 전 '릴레이 대자보'를 작성한 해병대 예비역 신승환씨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거부권 행사가 확실해지니 실망스럽다"며 "말만 길어졌지 결국 같은 입장을 반복한 것이었고 여론이 이토록 안 좋은데도 거부권을 고집하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다른 군 사망사건 유족들 "아이들에게 뭘 가르쳐야 하나"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오른쪽)과 김형남 사무국장이 지난 4월 30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 국방부조사본부 재수사 때도 2차 외압 의혹' 기자회견을 열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오른쪽)과 김형남 사무국장이 지난 4월 30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 국방부조사본부 재수사 때도 2차 외압 의혹' 기자회견을 열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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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선 군 인권단체가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직권남용 혐의가 있는 대통령이 자신의 죄를 덜기 위해서 거짓말과 자기 변명으로 일관했다"라며 "이날 기자회견은 집권 이후 발생한 모든 문제에 대해 사과할 수 있는 좋은 정치적인 시간이었음에도 대통령은 오로지 자신이 특검 피의자가 될 것만 의식했다"라고 지적했다.

박석진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상임활동가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통화 등 수사 외압의 증거들이 계속 나오는데 대통령만 이를 부정하고 있다"라며 "오늘 기자회견은 윤석열 정부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군 사망사건 유족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고 김상현 이병 아버지 김기철씨는 "마치 지휘관들을 위한 대통령 같았다"라며 "공수처와 경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건 다시 시간만 떼우다 여론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이며 그 안에는 특검법을 거부하겠다는 얘기가 들어가 있다. 유족 입장에서 볼 때 수사는 축소됐으면 축소됐지 절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씨도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너무 어이가 없었고 군이 어떤 조직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라며 "채 상병이 죽은 지 10개월이 다 돼가는데 명령을 내린 누구 하나 처벌받지 않았다. 8년 전 우리 아이에게 제가 '지휘관 명령을 잘 따라야 한다'고 했는데 그게 오늘 다 무너졌다. 앞으로는 군에 입대하는 아이들에게는 '그 누구도 믿지 말고 자기 몸 챙겨가며 적당히 하라'고 말해야 하나 싶다"라고 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여당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의 단독 처리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직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채 상병의 죽음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같은 날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2년 도어스테핑과 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으로 언론을 통한 대국민 접촉을 대폭 늘렸으나, MBC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해 취임 6개월 만에 도어스테핑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뛰고 각각 <조선일보> 단독 인터뷰, KBS 신년 대담으로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에 이뤄진 공식 기자회견이다.

태그:#채상병, #특검법, #윤석열, #기자회견,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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