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13

윤석열 정부는 질보다 양? '어떤 의사 만들건가'는 실종됐다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본 의대정원 확대] 무리한 정원확대, '부실 의사 배출' 우려

24.02.13 16:54최종 업데이트 24.02.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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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 신현영 의원실 제공

 
"(보건복지부)장관님, 장관님이 의사 면허자라면 어떤 진료 과목을 선택했을 것 같으세요?"
"암만해도 상대적으로 근무여건도 좋고, 그 다음에 소득도 올릴 수 있는 쪽으로 몰리지 않겠습니까."

 
필자는 지난해 10월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물었다(관련 영상). 의외의 솔직한 답변에 살짝 놀라기도 했다.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또한 2023년 국정감사장에서 "의사가 늘면 필수의료에 대한 낙수효과는 적을 것이며, 미국의 사례처럼 의사 숫자가 많아지니 각자 벌어먹기 위해 그만큼 수익을 창출하게 되고 전체적으로 건보공단의 주머니는 그것보다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라며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건보재정의 우려를 밝힌 바 있다.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사태는 질 높고 저렴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방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1년에 의사가 3000명이 배출되든, 5000명이 배출되든 과연 젊은 의사들이 '수익이 보장되는 근무 환경이 좋은 과를 포기할지?' 의문이다. 교육과정과 처우개선이 변하지 않는 한 의사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오히려 경제적 안정과 노동환경의 처우를 따지게 되는 경향이 더욱 극대화 될 것이 뻔하다.

의사의 '직업 가치'보다 '경제적 보상'에 눈길이 가는 시대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단기적으로 의사의 양적 팽창에는 성공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사의 질적 향상에는 실패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부실 의사, 비윤리적 의사들의 양산으로 의료계와 국민 간의 간극을 벌어지게 하고, 국민들은 괜찮은 의사와 괜찮은 병원이 어딘지 찾아 헤매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바는 사회적 책무성을 가진 실력 있는 의사들이 많이 배출돼 필수의료·지역의료에 진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지금의 정부정책인 양적인 팽창이 그 결과를 담보할 수 있을까?

현재의 의대 교육 시스템, 의사 양성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정원만 확대하는 정책으로는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다. 초등학생부터 의사 직업 선호 이유를 '직업의 가치'보다는 '경제적 보상과 직업적 안정성'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성적에 맞춰 의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아무런 노력없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책무성을 스스로 갖추고 의사 면허를 따게 하는 기적같은 일은 세상에 일어나지 않는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입시업계가 들썩이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목동 학원가에 부착된 의대 입시 홍보 현수막. ⓒ 연합뉴스

  
그렇다. 지금의 의대 교육 시스템은 '사회적 책무성, 지역의료, 미래의학, 의사라는 직업적 가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단순히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의학기술을 머릿속에 주입하는 기술자 양성소 체계다. 병원에 가면 질병 치료 공장의 컨베이어벨트에 오르는 듯하다는 환자들의 기분은 우리 사회가 외면한 현실이다.
 
"하나의 정책이 당장은 인기가 없고 그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선거가 치러지면 패배할 가능성이 크지만 국가의 이익을 위하여 그 패배를 감내하는 것." 독일 슈뢰더 총리는 정치인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을 이렇게 꼽았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국가 발전을 위해 어젠다 2010 개혁정책을 광범위하게 단행했던 희생의 정치인 슈뢰더 총리의 말과 행동이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지금 시점에 더욱 가슴에 와닿는 것은 왜일까?

국민들은 필수 영역에서 올바른 의료를 지탱하는 의사를 원한다

대한민국 정부와 대한민국의 정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총선을 앞두고 단시안적인 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양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국민들은 의사가 배출되는 숫자보다도 우리 사회의 필요한 영역에서 올바른 의료를 지탱하는 한 명 한 명의 의사를 더욱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의대정원 확대는 의료계와 국민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 하듯이 추진돼선 안 된다. 당장 지방 의대에 해부용 시신이 부족하고, 생리학, 기생충학, 생화학 같은 기초학교실의 교수가 부족해 어설픈 의대 수업이 진행되는 상황을 방치한 채 무조건 의사만 늘리겠다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설 연휴 이후 집단행동을 준비하는 가운데 지난 12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더욱 명확한 것은 기초의학, 임상의학, 의료행위의 실습체계의 부실로 의료현장의 '어설픈 의사들'이 많아진다면 그 피해는 결국에는 국민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서 엄중히 꾸짖어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의사양성체계 수립을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의료개혁은 필요하다. 그동안의 고질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필수의료·지역의료 문제의 화두가 우리 사회에 던져졌다. 부디 현장을 도외시하면서 의사의 양적 팽창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 의료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울 수 있는 장기적이면서도, 당장 인기 없는 정책들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길 바란다. 그렇다면 14만의 의사들도, 젊은 의사들이나 의대생들이나 할 것 없이 가운을 집어던지고 현장을 뛰쳐나오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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