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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농성 조희연 "학생인권조례 폐지, 윤석열·이주호 책임"

[현장] 폐지 반대 구심점 농성장, 조 교육감 거부권 행사 예고... "학생인권법 제정 필요"

등록 2024.04.29 15:46수정 2024.04.2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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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1층에서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주도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것에 항의하며 천막농성(지난 26일부터)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시대 퇴행에 맞서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심정입니다." 

서울시의회가 12년 만에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직후부터 나흘째 농성 중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농성 마지막 날인 29일 오전 심경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날 오전 9시 찾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 천막농성장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오가는 모습이었다. 농성 첫날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뿐 아니라 야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정의당),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전·현직 교육감, 교육·인권 시민단체 등이 농성장을 찾았다.

조 교육감은 농성장을 찾은 학생들이 건넨 피켓을 접이식 책상 앞에 둔 채 업무를 보고 있었다. 박스 조각에 손으로 글씨를 적은 이 피켓에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교육적인가 교육의 적인가", "누군가의 인권을 지키는 것은 곧 나의 인권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조 교육감 뒤편에는 "10년의 역사를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학생인권과 교권을 철저히 지키는 교육감이 되겠습니다"라는 글귀가 담긴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이날 10시 20분께 '특수학교로 학생인권조례 확대' 민원서류를 들고 조 교육감과 만난 김두영씨(20)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절박해서 찾아왔다"며 "저는 학교를 다니며 선생님의 체벌을 경험해 본 적 없다. 저뿐만 아니라 앞으로 학생들도 개성이 존중받을 수 있고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생인권뿐 아니라 대한민국 인권 퇴행 막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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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1층에서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주도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것에 항의하며 천막농성(지난 26일부터)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조 교육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농성장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동성애를 유도한다는 보수 기독교계의 왜곡된 편견과 항의로 폐지됐으나 이 사달을 확산시키고 촉발한 데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책임도 있다"며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은)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추락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교직사회의 항의가 빗발치는 과정에서 (정부) 책임을 분산시키기 위해 학생 인권을 탓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총선에서 상당한 심판을 받고, (국민으로부터) 전향적으로 변화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됐다)"며 "총선 민의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인권·자유,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광주·전북·충남·제주·인천 등 전국 7개 시도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후 교권침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갑작스레 학생인권조례에 불똥이 튀었고 윤 대통령까지 나서 "개정"을 이야기했다.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주도로 지난 26일 조례를 폐지했다. 충남에 이어 두 번째다. 

아래 조 교육감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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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본회의에서 발언을 요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학생인권조례폐지안이 서울시의회에서 가결된 26일 오후 3시 33분부터 72시간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부당함을 알리는 것이 절박한 과제였다. 오래 민주화·시민운동을 해왔지만 서울교육감으로서 (천막농성하는 걸) 만류하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퇴행을 목도하며 특히 학생인권조례를 사수하지 못했다는 책임감에 최후 수단이라는 생각으로 농성을 시작했다. 좁게는 학생인권, 넓게는 대한민국 인권의 퇴행을 막기 위한 나름의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 지난해 서이초 사건 이후 국민의힘 측에서 학생인권조례를 교권침해 원인으로 규정하고 폐지 의사를 내비쳐 왔다.

"(조례 폐지를 막기 위해)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 의원들과 (개인적으로) 만나 뵈면 적극적으로 말씀하시는 분도 있지만, (폐지에) 회의적인 분들도 분명 있었다. 서울시의회에서 일사불란하게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것은 총선 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지만 폐지를 막지 못했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교사집단이 외부에서는 교권을 위해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찬성하는 것처럼 보여지는데,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규탄하는 교사 일동'을 중심으로 폐지 반대 의견이 분출되고 있다.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런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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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1층에서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주도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것에 항의하며 천막농성(지난 26일부터)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앞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규탄하는 교사 일동은 성명문을 통해 "2023년 여름, 분노한 교사들이 뜨거운 광장에서 함께 모여 외쳤던 메시지는 교육회복"이라며 "한 교육구성원의 인권 선언을 지우는 방법으로는 다른 교육구성원의 인권 역시 지킬 수 없다. 비껴간 곳에 화살을 꽂는 방식으로 교사들의 눈을 가리지 말라"고 지적했다.

- 농성장에 학부모와 학생뿐 아니라 교육·인권·정치 등 다양한 인사들이 방문했다. 하지만 이주호 교육부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과 소통할 가능성은 있나.

"이주호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이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학생인권조례안 폐지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사달이 '학생인권이 동성애를 유도한다'는 보수 기독교계 왜곡된 편견과 항의에서 출발했더라도 사태를 확산·촉발시킨 데는 윤 대통령과 이 장관에게 책임이 있다.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은)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추락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교직사회의 항의가 빗발치는 과정에서 (정부) 책임을 분산시키기 위해 학생인권을 탓했다. 왜곡된 프레임을 제기했다."

- 지난 10년간 '진보교육감'으로 재직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교권과 학생인권의 대립으로 귀결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그간 학교 구성원 모두가 당당한, 모두의 권리가 존중되는 민주적 학교를 만들어왔지만, 기존과는 다른 결을 가진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지향적 해법으로는 결코 해소될 수 없다고 본다. 특히 교권회복을 위해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방식으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교사의 교육활동이 온전히 이뤄지도록 법제·행정적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예컨대 아동학대법 상의 '정서적 학대'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규정, 교사의 교육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학교 행정업무를 대대적으로 감축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교사의 사회적 존경과 도덕적 리더십이 강화될 때 효과가 커진다고 본다. 교권보호 노력이 결코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같은) 반인권인 것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5월 중순까지 거부권 행사... 모든 법적·행정적 방법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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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안폐지 72시간 농성 중인 29일 오전 10시 30분께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두영씨가 건넨 '특수학교로 학생인권조례안 확대' 내용이 담긴 민원서류를 건네받고 있다. ⓒ 서울시교육청

 
한편 이날 오전 10시 조 교육감은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학생인권조례의 재의 요구 법정 기한은) 5월 17일이 마감"이라며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 교육감의 거부권을 행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재의 요구가) 6월 임시회나 9월 정기회에서 다루거나 미뤄질 것 같다"며 "(만약 재의결 될 경우) 이에 대해 조례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면 대법원이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가능한 모든 법적, 행정적 통로를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강민정, 김영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학생인권법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교육감 성향, 지방의회 구성변화, 반대 단체 활동 등에 따라 조례가 제정·폐지되고 권리보장 수준이 달라지거나 사업이 축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동일된 법률적 규범이 필요한 실정"이라면서 국회 입법을 통해 '학생인권법'을 제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조희연 #학생인권조례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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