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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는 배우들? "여기 아니면 못 하는" 공연 열린다

김종석 감독을 만나다... 거리예술인 '숲속의 파티', 18일~19일 수원 경기상상캠퍼스서

등록 2024.05.17 18:18수정 2024.05.1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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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2024 수원연극축제 김종석 예술감독이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라지현


예술가와 관객, 그리고 숲이 어우러지는 숲속의 파티. '2024 수원연극축제 숲속의 파티'가 5월 18일부터 19일까지 경기상상캠퍼스에서 열린다. '연극축제'라는 이름 때문에 정통 연극으로 오해하지만, 수원연극축제는 '거리예술축제'다.

1996년부터 시작된 수원연극축제는 우수한 공연예술을 소개하며 새로운 예술 활동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특히 경기상상캠퍼스로 부지를 옮긴 후에는 '숲'이라는 독보적 무대를 활용해 차별화된 거리예술을 선보인다. 올해 수원연극축제는 국내외 초청공연 5작, 공모공연 13작, 주제공연 1작, 협력공연 1작 등 총 20개의 공연을 '숲'이라는 '공간'에 맞게 업그레이드했다.


2024 수원연극축제에서 눈여겨 볼 만한 포인트는 크게 '시민이 함께 만들어내는 울림'과 '거리예술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 미래를 향하는 울림'이라는 두 가지 요소다. 주제 공연 <울림>은 수원 시민이 직접 공연자로 참여해, 숲속에 깃든 소리의 선율과 풍경이 함께 모여 울림이 된다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주요 공연 역시 어린이, 가족 중심의 공연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동시에 한국 고전 거리예술 <충동>, <우리의 기원>부터 대학로 연극 <휴먼코메디>, <우석훈 코미디 단편선>, 현대 청년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신호수VS신호수>까지 다양한 작품을 두루 선정했다.

주제 공연 <울림>은 15m 상공에서 펼치는 대규모 공중 퍼포먼스라는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며 기대감을 선사한다. 또 실내 공연이라는 특성상 사전예매를 진행한 <우석훈 코미디 단편선>, <휴먼코메디>는 하루 만에 전석 매진되는 등 대학로 유명 공연다운 면모를 보여주며 대중의 뜨거운 반응을 예고했다.

2018년부터 수원연극축제 총감독을 지냈던 임수택 예술감독이 은퇴하면서, 올해 김종석 예술감독(용인대학교 연극학과 교수)이 연출을 맡았다. 김 감독은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하이서울페스티벌, 서울거리예술축제, 과천축제 등 국내 유명 거리예술축제를 역임한 거리예술축제 전문가다. 이번에도 자신만의 색을 불어넣으며 시민과 함께 완성도 높은 축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막바지 준비로 바쁜 그를 14일 용인대학교에서 만났다. 


40여 명 시민공연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중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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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김종석 예술감독은 수원연극축제에서 숲의 풍경과 함께 축제를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 박한재


- 2024 수원연극축제 예술감독을 맡았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수원연극축제는 1996년도부터 이어져 온 유명한 거리예술축제에요. 특히 '숲'에서 공연한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인 축제죠. 심사위원이나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항상 때가 되면 꼭 감독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숲'이 무대라니 멋지네요. 숲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나요?

"경기상상캠퍼스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스페이스 스피킹'에 집중했습니다. '숲'이라는 공간과 거리예술의 특성이 잘 어울리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예를 들어 <녹색지능(프로젝트 날다)>이라는 작품은 녹음이 우거진 높은 나무에 공중 공연 배우들이 매달립니다. 마치 숲속의 새처럼요.

경기상상캠퍼스 속 낡고 조용한 공간에서 어쿠스틱 음악이 흘러나오고, 열린 잔디 광장에서 높은 서커스 공연을 선보이는 등 이 공간이 가지고 있는 숲의 전경들을 공연에 녹였어요. 따로 무대 장치를 안 해도 숲과 숲속의 다양한 공간들과 관객들이 하나의 세트처럼 어우러지는 거예요. 마치 숲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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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날다'의 <녹색지능> 작품 속 나무에 매달려 있는 장면 ⓒ 프로젝트날다

 
- 이번 수원연극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인가요?

"단연 주제 공연 <울림>입니다. 스페인 단체 '라푸라 델 바우스'로부터 작품 <휴먼넷>의 저작권을 받아 국내 최고의 공중 공연 단체 '단디(창작중심 단디)'와 시민공연자들이 함께 준비했어요. 40여 명의 수원 시민공연자들이 직접 15m 이상의 상공에 매달려 공중 퍼포먼스를 펼칩니다. 지상에선 전통 연희 밴드와 레게 음악 밴드가 연합해 라이브 연주를 하고, 고전극을 재해석한 현대 무용과 길쌈놀이, 그리고 불꽃놀이까지 네 단체가 콜라보 공연을 만들어요.

여기에 제주에서 올라온 가수 윤영로, 기타리스트 권구유, 판소리 소리꾼 박정수, 가야금 연주자 조선아 등 70명이 넘는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시민의 울림이 널리 퍼질 수 있는 대형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 주제 공연 <울림>이 이번 축제에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까요?

"축제는 일상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닌 '발견'이자 '새로 돌아옴'이라고 생각해요. 일상에 감춰져 있던 우리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내는 거죠. 서로를 모르는 40명의 시민공연자가 높은 상공에서 서로를 믿고 동작해요. 큰 축제에서 열심히 준비해서 새로운 도전을 해냈을 때의 예술적 성취감, 하이라이트 무대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자신감, 그 모습을 지켜본 관객들의 환호를 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평생 잊지 못할 자존감을 얻을 수 있어요. 이게 거리예술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또 <울림>은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고 함께 움직이게 만드는 흥의 놀이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도 단순히 구경꾼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각자 가지고 있는 슬픔을 공유하고, 씻어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본인의 먹먹한 울림들을 한바탕 큰 웃음으로 승화하고 다 같이 축하하는 거죠. 이 축제가 모두에게 큰 울림이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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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단체 ‘창작 중심 단디’가 공중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창작중심 단디

 
- 새롭게 축제에 참여하는 자원활동가도 눈에 띄어요.

"축제의 꽃은 자원활동가라고 생각해요. 저희 공연장이 11개인데 모두 자원활동가가 전문 스텝과 함께 공연 운영을 책임지고 진행합니다. 공연 소개, 관객 안내, 아티스트 케어 등 축제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죠. 축제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자원활동가가 밝은 표정으로 관객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축제의 분위기도 더욱 좋아지죠."

- 주제 공연 외의 작품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요?

"수원연극축제는 돗자리 축제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가족 단위로 손에 돗자리를 들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이번 축제에서 가족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배치했어요. 또 거리예술이라는 특성에 맞게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넌버벌 공연을 많이 선정했습니다. 대학로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마임 코미디 <휴먼코메디(사다리움직임연구소)>나 어린이와 가족 중심의 광대 서커스 공연인 <충동(몸꼴)> 등 대중들과 친화력 있게 소통할 수 있으면서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들로 구성했어요."

매일 보는 곳이 예술의 공간으로 변하는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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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대표작 <휴먼코메디> 공연 모습. ⓒ 사다리움직임연구소

 
- 감독님이 생각하는 거리예술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거리예술을 끊을 수 없는 이유는 두 가지에요. 첫 번째는 '공간'에 대한 매력입니다. 영국에서 유학하며 '공간'에 대해 논문도 썼을 정도로 중요한 화두였어요. 이후 거리예술축제를 감독하며 안산 25시 광장, 세종대로, 서울 광장, 광화문 광장 등을 무대로 만들었거든요. 일상의 공간이 예술의 공간으로 변한다는 건 마술 같은 일입니다.

두 번째는 '관객과의 소통'이에요. 제가 안산에서 처음 거리예술을 감독하면서 너무 힘들어할 때 아내가 '이 무대와 관객을 어디서 만날 수 있겠냐'라며 설득했었죠. 적게는 10명, 많게는 10만 명이라는 대규모 관객과 한순간에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게 저한테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 축제를 즐기러 오는 관객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축제의 주인은 관객입니다. 거리예술은 일방적이지 않아요. 숲이 만드는 풍경을 즐기면서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응해주신다면 색다르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뭐든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 풍요롭게 예술과 노는 파티라고 생각하시고 즐기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모두 무료입니다."
 
#2024수원연극축제 #김종석 #거리예술 #울림 #경기상상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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