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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속의 봄 풍경 봄 날같은 날씨에 밭에서 고춧대와 비닐을 제거하는 농부, 그리고 밭에 돋아난 새싹들과 산골 풍경이, 요즘이 마치 겨울이 아니라 봄철 같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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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계절이 겨울일까요? 봄철일까요? 요즘 날씨를 보면 겨울인지 봄인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옷차림을 봐도 그렇고, 따뜻한 햇살과 포근한 온도를 봐도 너무 아리송한 날씨가 자꾸만 계절을 헷갈리게 합니다.

 

12월 26일 가까운 친지가 별세하여 장지가 있는 충남 청양에 다녀왔습니다. 고인은 연세가 지긋한데다가 몇 년간 지병으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인지 후손들의 슬픔은 크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 가족들은 선산에 가족납골묘를 미리 만들어 놓았더군요. 그래서 장례절차는 매우 간소했습니다. 고인을 화장하여 그 납골묘에 모시는 것으로 끝났으니까요. 장례절차를 마치고 나니 너무 따뜻한 날씨에 무더운 느낌이 들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었습니다.

 


"오늘 날씨가 완전히 봄날이네요."


친지 중 한 사람이 외투를 벗으며 하는 말이었습니다.


"어디 오늘뿐이겠어요? 요즘 날씨가 너무 포근하여 겨울이 아니라 봄철로 착각이 되는 걸요."

주변을 살펴보니 이미 모두들 외투를 벗은 모습이었습니다.

 

12월 하순이면 계절상으로는 분명히 겨울의 한 복판입니다. 그런데 따뜻한 햇살과 포근한 기온은 정말 벌써 봄이 온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산 아래 골짜기의 논밭 풍경도 여느 봄날의 모습과 같았습니다.

 

밭에서는 뒤늦게 고춧대를 뽑고, 돋아나는 잡초를 막으려고 덮어 놓았던 비닐을 제거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느긋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한쪽에서는 밭둑과 출입로를 정비하는 중장비가 한 참 바쁜 모습이었지요.

 

골짜기의 그리 넓지 않은 밭은 벌써 무슨 씨앗이라도 뿌리려는지 갈아엎어 놓은 모습이었고, 그 옆의 밭에는 파릇파릇한 모습으로 자라난 새싹들은 정말 봄이 온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춥지 않아서 지내기는 좋지만 겨울이 이렇게 따뜻한 것이 꼭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겨울은 겨울다워야지요."


밭에서 일하던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농부의 말입니다.

 


겨울철에는 눈도 많이 내리고 추워야 다음해에 풍년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겨울철이 너무 따뜻하면 다음해 여름에 병충해도 많고, 가뭄이나 기상이변이 발생할 염려가 많다는 것이 농부의 말이었습니다.

 

겨울철이 너무 포근한 것이 결코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었습니다. 겨울 같지 않은 포근하고 따뜻한 햇살이 아주 좋은 느낌이었는데 농부의 말을 들으니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 겨울철이 눈이 펑펑 쏟아지고 꽁꽁 얼어붙는 겨울 본래의 제 모습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겨울, #새싹, #착각,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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