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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흘러내리는 골짜기 사람과 봄, 그리고 꽃은 밑에서 위로 오른다, 그렇게 위로 오른 봄이 곱고 예쁜 제비꽃을 피우고 개울물과 어우러져 골짜기를 따라 돌돌 흘러내리고 있었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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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8일 북한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천년고찰 승가사에 들렀다. 청운교를 건너는 길에는 거북등 위에 세워져 있는 비석이 이채롭다. 절집으로 오르는 길은 108계단 쯤 되는지 오르기가 힘겹다.

 

언덕 위의 사찰 전경을 바라보며 오르다가 높다란 탑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 오래지 않은 탑인데 탑신 아래 부분의 정교한 문양이 아름답기 짝이 없다. 하늘로 치솟은 탑을 향해 두 손을 모은 노부부는 무엇을 기원하고 있을까.

 

절집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가에 노랗고 하얀 제비꽃들이 여기저기 몇 그루씩 무더기로 피어 있다. 척박한 바위틈과 푸석푸석 무너져 내리는 흙에 뿌리를 내린 작고 앙증맞은 꽃들이 봄바람에 살랑거린다.

 

길가의 제비꽃 무리는 한참동안이나 이어지고 있었다. 누가 심은 것은 아닐 테고 산길의 양지쪽에 피어난 꽃들이 오가는 길손들에게 곱고 예쁜 미소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골짜기를 흐르는 개울에는 '돌돌' 물 흐르는 소리가 은방울소리처럼 청명하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흐르는 물도 많고 물소리도 점점 커진다. 엊그제 내린 비가 냇물이 되어 흐르는 것이리라. 길가의 곱고 예쁜 제비꽃들과 맑은 시냇물이 어우러져 따스하고 정겨운 봄의 향연을 펼치는 모습이다.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차가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 아른 높기도 한데

 

-윤동주의 시 <봄> 모두-

 

윤동주의 시어처럼 삼동을 거친 봄이 길가에 제비꽃으로 피어나고 골짜기의 개울물이 되어 흐르고 있는 것이리라 이 아름다운 풍경에 정말 종달새 한 마리 하늘에 날아올라 재재거리면 얼마나 더 정답고 즐거워질까?

 

아빠의 손을 잡고 산을 오르는 꼬마도령의 모습도 귀엽기는 마찬가지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꽃과 사람, 그리고 봄은 밑에서 위로 오른다. 그렇게 위에 오른 봄이 예쁘고 귀여운 꽃을 피워 개울물과 손에 손을 잡고 골짜기 아래로 흐르는 것이다. 졸졸 흐르는 개울물, 피어난 꽃 속에서 따사로운 봄이 나른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봄, #제비꽃, #골짜기, #척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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