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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정우 후보 측 산악회 향응제공 의혹 길정우 새누리당 후보(서울 양천갑) 선대위 부위원장인 한기열 전 구의원이 지난 3월 27일 자신의 지역구 산악회 산행 차량에 올라타 "선글라스를 하나씩 받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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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갑에 출마한 길정우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가 산악회 행사에서 금품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양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사에 들어갔다.

민주통합당에 따르면, 양천구 산악모임 '정산악회' 100여 명은 지난 3월 27일 버스 3대를 대절해 강화도 마니산으로 시산제를 떠났다. 당시 산악회 행사에 참석한 양천구 주민 이아무개씨가 촬영한 동영상과 증언을 종합하면 이 자리에는 길정우 후보뿐만 아니라 길 후보 선대위 공동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문진 시의원, 선대위 부위원장인 한기열 전 구의원 등 길 후보 캠프 측 인사들이 다수 참여했다.

길 후보 선대위 부위원장 "선글라스 하나씩 받아가세요"

길정우 후보(양천갑)가 지난 3월 27일 자신의 지역구 산악회 산행 차량에 올라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길정우 후보(양천갑)가 지난 3월 27일 자신의 지역구 산악회 산행 차량에 올라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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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가 찍은 동영상을 보면, 어깨띠를 두른 길 후보가 버스 안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57세 정치신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길 후보는 "새로운 정치, 국민들 위로할 수 있는 정치를 하기 위해 왔다"면서 "여의도 가서 놀지 않고 여기 와서 주민들 심부름 하면서 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검정 모자에 파란 점퍼를 입고 검은 선글라스를 쓴 한기열 전 구의원이 영상에 등장한다.

"선관위에서 두 분이 오셨었는데, 뭐든지 상품 한 가지라도 돌리면 선거법 위반이 된다. 그래서, 선물 많이 하고 싶었는데, 제가 쓰고 있는 이 안경(선글라스)은 드려도 된답니다. 안경만큼은 하나씩 받아 가주시고. 있다가 갈 때 상품은 나눠줄 겁니다. 안경 미리 줄 테니까 쓰시고, 제가 쓴 것과 똑같은 겁니다. 쓰실 분들 쓰시고 보관하실 분들 보관하세요."

한 전 구의원은 "저는 친박계, 박근혜 대표 돕고 있는 의정포럼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한기열"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발언을 마쳤다.  한 전 구의원은 대구 중구의회 의장, 자유총연맹 대구 중구지부장 등을 지냈다.

산악회원들이 받은 물품.
 산악회원들이 받은 물품.
ⓒ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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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산악회' 회원들은 한 전 구의원이 제공한 선글라스와 함께 오렌지 1개, 도자기 컵세트, 여행용 치약·칫솔 세트 그리고 수건 1개를 받았다. 수건에는 '정산악회 시산제 기념, ○○○건설 한○○(증)'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한아무개씨는 한 전 구의원의 동생이다.

민주당 측은 이날 길 후보가 공직선거법 제 115조 '제3자의 기부행위 제한'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김현 민주통합당 선대위 대변인은 1일 "길정우 후보 측이 산악회 모임을 빙자해 지역 유권자 100여 명에게 금품 향응을 제공했다"며 "선관위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길 후보측 "선대위 관계자 아니야"

길정우 후보 측은 펄쩍 뛰고 있다. 길 후보 캠프는 2일 성명을 발표하고 "길 후보는 통상적인 선거운동으로 시산제를 떠나는 산악회 회원들에게 인사한 것일 뿐, 김현 대변인이 말한 금품향응 제공은 있지도 않은 사실일 뿐더러 이를 길정우 후보 측이 제공했다는 것은 억지 추측"이라면서 "길 후보 측에서 확인한 결과 당일 제공된 교통편과 식사 등은 회원들의 회비로 제공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길 후보 캠프는 지난 2일 김 대변인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문제는 이날 회원들이 낸 회비가 2만 원이었다는 것. 영상을 찍은 이씨는 "2만 원 밖에 안 줬는데 그 돈보다 더 많이 받아온 것 같았다"며 "선거법 위반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각각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0일 길정후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발표 된 선대위 부위원장 명단. 아래는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보내온 축전.
 지난 3월 20일 길정후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발표 된 선대위 부위원장 명단. 아래는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보내온 축전.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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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산악회 회장인 김아무개씨는 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산악회 회원 4명 정도가 각 분야별로 협찬을 해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길 후보 캠프 공보담당자 역시 "회원들 중에서 산악회에 애착 있는 분들이 협찬을 받거나 자비로 사서 나눠준 것"이라면서 "다른 산악회에서도 식대나 차비 이외에 물품을 나눠준다"라고 주장했다.

한기열 전 구의원이 선글라스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도 "산악회 일반 회원이고, 물품을 나눠주면서 길 후보 지지를 호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한 전 구의원과 길 후보의 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처음에는 "선대위 부위원장도 아니고, 선대위 관계자도 아니다"라면서 한 전 구의원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을 거부했다가, 이후 기자가 다시 전화를 걸어 '지난 3월 20일 촬영된 선거사무소 개소식 영상에서 한 전 구의원이 선대위 부위원장으로 소개된 바 있다'라고 캐묻자 "조직에 대해 잘 몰라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을 바꿨다. "선관위에서 '문제없다'고 할 경우, 길 후보 측이 입은 피해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거냐"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한기열 전 구의원에게 직접 해명을 듣고자  통화를 시도했으나, 한 전 구의원은 기자가 "길정우 후보"라는 이름을 언급하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후 그와는 통화가 되지 않았다.

서울시 선관위 지도과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선대위에서 사무장이나 사무원 직책을 갖고 있는 자가 유권자들에게 물품을 제공했다면, 기부행위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양천구 선관위 지도과 관계자는 "산행을 간다는 제보를 받고 그 자리에 가서 사전 선거법 위반 예방 운동을 했지만 버스에 탑승하지는 않았다"면서 "(캠프 관계자가 물품을 주겠다고 하는 것을) 알았더라면 당연히 제지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안을 조사 중인 양천구 선관위에서는 아직 결론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태그:#길정우, #선거법, #선거법 위반, #4.11 총선,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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