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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신' 작가 뒤로 작품 2019년 작 '진동(vibration)'이 보인다
 '김윤신' 작가 뒤로 작품 2019년 작 '진동(vibration)'이 보인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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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을 앞둔 만 89세 '김윤신(1935년생)' 개인전이 서울 종로 국제갤러리 K1·K2에서 4월 28일까지 열린다. 그는 한국 근현대사의 증인으로, 한국 미술사를 다시 쓰고 있다고도 평가받는다. 90세가 넘어 전성기를 맞았고 100세가 되어 세계적 거장이 된 '거미-엄마'로 유명한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가 연상된다. 

김 작가는 세계미술올림픽이라 불리는 올해 2024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대받았다(관련 사진 아래). 이 행사 이야기가 나왔으니 몇 줄 소개한다. 4월 20일부터 시작되고, 주제는 '외국인은 어디에나(Foreigners Everywhere)'다. 예술감독은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 Pedrosa)'가 맡았다. 

아드리아노 감독은 주제도 그렇지만 브라질 출신이라 그런지 제3의 관점에서 '외국인, 이민자, 실향민, 망명자, 난민 등에 초점을 두었다. 그는 "아마존 원주민의 재능부터 퀴어 문화까지 다양한 행사를 펼칠 것이고, 이번 전시가 세계미술이 서구중심에서 벗어나 '탈식민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이탈리아 매체 'La Repubblica'가 인용해 보도했다. 

김윤신 작가의 연작 주제는 '합이합일, 분이분일'(Add Two Add One. Divide Two Divide One), 둘을 합해도 하나가 되고 나눠도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김 작가는 1970년대부터 "'더하기(合, +)'가 하나 되고, '나누기(分, ÷)'가 하나 된다"는 동양철학의 하나인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 分一)'에 꽂혀 평생 주제로 삼았다고 한다. 이는 차별이 없이 모든 우주 만물이 하나라는 원효의 원융사상과도 뭔가 통하는 것 같다. 

그는 원산에서 태어나, 1959년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 1964년 프랑스 '파리국립미술학교'에 유학했고, '68 혁명'의 처절한 현장도 목격했다. 스스로 자기만의 세계를 개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돌아온다.

그는 귀국해 대학 강사와 작업을 하다가 1974년 국내에서 활동이 적는 여성 조각가를 보고 안타까워하다 <한국여류조각가회>를 주도적으로 창립했다.
 
김윤신 I '합이합일 분이분일(2018-1)' 알가로보 나무(Algarrobo wood) 59×51×35cm 2018
 김윤신 I '합이합일 분이분일(2018-1)' 알가로보 나무(Algarrobo wood) 59×51×35cm 2018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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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지난 3월 19일 기자들과 한 대담에서 70년대 작품 '기원 쌓기'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는 2차 대전 때 어머니가 외아들이 행방불명되자 날마다 장독대에 물을 떠놓고 돌아오길 간절히 비는 모습을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고. 그때 예술이란 그냥 눈에 보이는 걸 그리는 게 아니라, 내면에 갈망하는 걸 표현해야 함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그의 대표적 연작인 '합이합일 분이분일'을 봐도 대부분 하늘을 향해 기도하며 뭔가를 염원하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또 그는 예술이란 뭔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예술에는 답이 없으며, 삶에서 예술이 나오고 그 흐르는 순간순간에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머리와 맑게 비우고 마음 비우면 공간이 생기고 거기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작가에게 재료의 차별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찾던 중 그는 1984년 남미에 사는 조카를 만날 겸 그곳에 갔다가 거기서 본 아름드리나무와 단번에 반했다. 그런 대지와 나무가 품어내는 그 특유의 분출력에 넋이 나갔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에 40년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나무 조각을 물론 그 외에도 석재 조각, 석판화, 아크릴 회화를 어울러 작업한다. 

사물과 소통, 자연과의 대화
 
김윤신 I '영혼의 노래(2017-45)' 캔버스에 혼합매체 120×150cm 2017
 김윤신 I '영혼의 노래(2017-45)' 캔버스에 혼합매체 120×150cm 2017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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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무와 연애하듯 이렇게 작업을 해왔다. 처음부터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두고 나무를 관찰하고 충분히 대화를 나눈 후에 작업을 들어간다고 하나의 생명체인 나무 그 속의 뼈와 혈관도 찾아낸다. 나이테 등 아름다움 조형적으로 적용한다. 전기톱을 들고 거침없이 나무를 자르다 보면 그게 나뉘고 다시 모여져서 하나가 되는 짜릿함을 맛본단다. 

작가는 자신과 나무와 자연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연인 나무를 사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작가가 되었다. 내 어린 시절을 회고해 보면 하늘이 바로 내 머리 위에 있었다. 바로 위 하늘에 무수한 많은 별이 쏟아졌다. 나는 그 별을 비롯해 대자연과 늘 대화했다. 걸어 다니면서 중얼거렸다. 나무와도 마찬가지다. 나도 자연이고 나무도 자연이고 별도 자연이니 서로 대화가 잘 통했다" 

나무에 빠진 그는 남미의 단단한 '알가로보(Algarrobo)' 나무는 물론 라파초 나무, 칼덴 나무, 유창목, 케브라초 나무, 올리브 나무 등을 좋아했다. 그의 톱질을 통해 드러나는 나무의 맨 속살과 나무의 거친 겉껍질이 이루는 시각적 대조를 잘 살려낸다. 일상을 중시하는 그는 주변의 버려진 나무 조각을 즐겨 모아 예상 밖의 독자적 작품을 일궈냈다. 

조각은 회화, 한국과 남미 색채 결합
 
김윤신 I '진동(vibration)2018-51' 아크릴 물감 120×150cm 2018(왼쪽) / '합이합일 분이분일(2020-17)' 나무 위 아크릴 물감 72×30×27cm 2020(오른쪽) 회화와 조각이 다르지 않다.
 김윤신 I '진동(vibration)2018-51' 아크릴 물감 120×150cm 2018(왼쪽) / '합이합일 분이분일(2020-17)' 나무 위 아크릴 물감 72×30×27cm 2020(오른쪽) 회화와 조각이 다르지 않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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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전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의 대지, 그 특유의 생것을 연상시키는 회화 조각이 대거 관객의 눈에 들어온다. 작가는 조각과 회화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면서 "그림을 하다 보니 조각이 되고, 조각함으로써 그림이 그려진다"라고 말한다. 앞에서 언급한 '합이합일, 분이분일(나눠도 하나, 합쳐도 하나)'이 그의 회화와 조각에도 적용된다. 

이처럼 그는 통합적 관점으로 재료와 기법을 탐구하고, 삶과 예술을 일치시키듯 조각과 회화를 하나로 연결시킨다. 두 장르에 구별이 없다. 그의 표현주의 색채가 나무조각에 옷 입혀지면서 원시적 색감도 생생하게 살아난다. 멕시코 여행에서 본 '아스테카'의 흔적이 또한 그의 작업에 도입된다. 선과 면이 닿을 때 일어나는 파문도 새로운 패턴으로 변형된다. 
 
김윤신 I '합이합일 분이분일(2019-19) 재활용 나무 위에 아크릴 물감 114×41×27cm 2019
 김윤신 I '합이합일 분이분일(2019-19) 재활용 나무 위에 아크릴 물감 114×41×27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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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그는 한국인이다. 그러나 보니 한국에 살면서 본 장승이나 오방색이 남미의 원색을 비빔밥처럼 뒤섞는다. 작가만의 색채를 본능적으로 끌어낸다. 둘은 공통점은 바로 원시적 약동이 일렁거림을 보게 한다는 점이다. 그에게 한국과 남미가 다르지 않고 그 바탕에 흐르는 것은 서로 만나 둘이 아니고 하나임을 보여준다. 

표현주의 화풍이 강한 그는 남미와 한국의 문화적 간극도 넘으면서 그만의 '회화 조각'을 탄생시켰다. 전 지구적 화두인 기후 변화의 관점도 고려하면서 원시적 색감과 나무가 주는 질감이 그녀의 손에 닿으면 솟구치는 주체할 수 없는 기운을 일으킨다. 

몸으로 노동하는 창조자, 그는 작업하면서 우주 만물의 기운을 받는 모양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긴 유튜브 등을 보면 믿기 어려운 정도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
 
2024년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국제전시장에서 김윤신 작가. 그의 다양한 '합이합일 분이분일'연작을 선보이다
 2024년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국제전시장에서 김윤신 작가. 그의 다양한 '합이합일 분이분일'연작을 선보이다
ⓒ 이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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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으로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서울, 2023), 박수근미술관(양구, 2024), 안상철미술관(양주, 2018), 주워싱턴 한국문화원(워싱턴 DC, 2012), 로사리오 국제조각 심포지엄(2007), 베이징 국제조각 심포지엄(베이징, 2002), 제7회 로사리오 국제조각 심포지엄(로사리오, 2001), 제3회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심포지엄(부에노스아이레스, 2000) 전이 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천), 서울시립미술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립미술관, 로페즈 클라로 미술관, 멕시코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 스페인조각공원, 베이징 국제조각공원에 소장돼 있다. 한국의 대표적 상업화랑인 국제갤러리와 뉴욕 리만머피과 전속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동양의 전통문양을 설치미술로 현대화" 

한편,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전에 출전했던 '강서경' 개인전 '마치(MARCH)', 국제갤러리 K3 전시실에서 김윤신 전과 함께 4월 28일까지 열린다. 
 
강서경 I '정(井)#01'과 '정(井) 걸음 #10' 2023-2024.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강서경 I '정(井)#01'과 '정(井) 걸음 #10' 2023-2024.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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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세종이 창안한 '정간보(井間譜)'에서 온 우물 '정(井)' 형상 등 전통 문양 등을 현대 미디어아트 풍경으로 꿰맨다. 현대미술에 시간을 악보로 번역하여 설치미술로 형상화한다.

관객은 작품에 여백이 많아 그림 속 틈과 그 사이에서 거닐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움직임과 흐름을 즐기면 된단다. 이런 유쾌함이 일상의 아픈 구석을 만져줘 치유하는 효과도 준다.

덧붙이는 글 | 국제갤러리 홈페이지 https://www.kukjegallery.com/


태그:#김윤신, #강서경, #베니스비엔날레, #합이합일분이분일, #알가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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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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