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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4월은 내게 옛날의 4월이 아니다.

동백작은학교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준비하며, 세월호를 기억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고작 서너 살이었던 청소년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어떤 기억으로 떠오르는지, 최근에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 일이 있었는지, 기억의 약속을 어떻게 지켜나가고 있는지, 앞으로의 다짐 등을 나누며 십대들의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기록해 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세월호 문화 행사-세가지 안부 공동체 상영, 다큐멘터리 연극 '사난살주' 등-에 참여하였고, 제주의 전영실 작가와 함께 세월호를 주제로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이 작업한 수묵화를 서울 '아르떼 숲'에 전시하기도 하였다. 또, 세월호 제주 기억관에서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기획, 진행되었던 부스 운영 및 세월호 참사 10주기 공연도 진행했다.

14일에는 제주 종달리에 위치한 '책자국'이라는 책방에서 열린 김홍모 만화가의 '홀-어느 세월호 생존자의 이야기'북콘서트에서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이 직접 창작한 세월호 마임공연도 펼쳐졌다.  
 
세월호 마임 '밥먹고가'의 한장면
 세월호 마임 '밥먹고가'의 한장면
ⓒ 이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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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의인 김동수님의 이야기를 담은 마임 '밥먹고가'는 15분 분량의 공연으로 김홍모 만화가의 '홀-어느 세월호 생존자의 이야기'라는 만화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교사의 도움없이 자발적으로 시나리오를 짜고, 마임이스트 이경식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약 5일간의 연습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세월호 의인 김동수님이 세월호 참사당시 승객들을 구조하는 장면을 마임으로 연기하고 있는 동백작은학교 학생
 세월호 의인 김동수님이 세월호 참사당시 승객들을 구조하는 장면을 마임으로 연기하고 있는 동백작은학교 학생
ⓒ 이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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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파란 바지 의인'으로 알려진 생존자 김동수님은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 남아 스무여명의 목숨을 구했지만, 끝없는 자책과 트라우마 속에 여러번의 자해를 하기도 했다.

14일에 열린 북콘서트에서 그는 그날의 기억을 여전히 생생히 떠올리며 선상지도가 그려진 천을 보여주며 그날의 진실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세월호 참사 10년이 흘렀지만, 상처는 여전히 그대로인 채 그저 살아내고 있는 것 뿐이었다.
 
세월호 선상지도를 보며 그날의 진실을 설명해 주는 생존자 김동수님
 세월호 선상지도를 보며 그날의 진실을 설명해 주는 생존자 김동수님
ⓒ 이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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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콘서트가 끝나고 동백작은학교 한 학생은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을 기울어진 세월호 배안에서 스무명의 승객들을 구해냈고, 너무 훌륭한 삶을 살아내신 의인 김동수님이 생존자라는 이유로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것들을 놓치고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고, 진상규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시간들을 걸어가고 있다. 차마 상상할 수도, 헤아릴 수 없는 슬픔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수십번 수백번 다짐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이렇게 살아 주셔서 또, 그날의 진실을 이야기 해주셔서 그저 고맙고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시간 그 공간 함께 눈물흘리며 진심으로 존재해 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이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홀-어느 세월호 생존자의 이야기'북콘서트를 마치고 세월호 의인 김동수님과 함께
 '홀-어느 세월호 생존자의 이야기'북콘서트를 마치고 세월호 의인 김동수님과 함께
ⓒ 이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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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에는 제주에서 가장 이른 비행기를 타고 안산 기억식 4160 시민 합창에 함께 참여하여 세월호를 기억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었다. 전날 동백친구들은 그곳에서 자신들이 만든 현수막을 펼치기 위해 늦은 밤까지 학생들끼리만 의견을 모으고 아이디어를 내어 현수막을 만들었다. 현수막에 그려진 큰 리본 안에는 희생자와 생존자의 이름을 한명한명 직접 손글씨로 적혀져 있었다.
 
희생자와 생존자의 이름을 손글씨로 정성껏 적은 현수막을 들고...
 희생자와 생존자의 이름을 손글씨로 정성껏 적은 현수막을 들고...
ⓒ 이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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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로 정성껏 적어내려간 노란리본 안에 희생자와 생존자 명단
 손글씨로 정성껏 적어내려간 노란리본 안에 희생자와 생존자 명단
ⓒ 이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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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정성과 진심으로 어른들을 울리는 동백친구들에게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고마운 시간이기도 했다. 수백명이 함께 모은 목소리의 울림이 많은 이들의 가슴에 닿아 더 잊지않고 기억하겠노라고 다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학생들 중 한명은 기억식에 참석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의 빈 자리를 보고 합창이 끝나고 친구를 안고 한참 울기도 하였다. 책임져야 할 국가는 없고 세월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생존자 그리고 시민들이 그 곳을 지키고 있던 슬픈 풍경이 이어졌다. 
 
세월호참사 10주기 4,160인 합창에 참여한 동백작은학교
 세월호참사 10주기 4,160인 합창에 참여한 동백작은학교
ⓒ 이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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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생존자, 유가족을 넘어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세월호 참사 10주기… 여전히 진실규명도 제대로 되지 않은채 시간은 흘렀고 어떤이는 지겹다고 하고, 어떤이는 이만하면 됐다고 하지만 우리는 멈출수 없다. 이제 세월호는 희생자, 생존자, 유가족을 넘어 우리 모두의 슬픔이고 우리 모두가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더 모아야 될 힘이고 희망이다. 더 당당하게 더 용기있게 더 희망의 마음을 모아 나아가야 할 때이다.

단순한 죽음으로 애도할 수 있는 사고가 아닌 차마 그 슬픔과 억울함을 헤아릴 수 조차 없는 학살이나 다름 없었던 시간이었고, 진실규명 및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에 머물러 있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죽을 때까지 치유되지 못할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그들의 가족들까지 참사트라우마로 또 그 이후의 더 큰 상처까지 떠안으며 살아가고 있다. 국가적 재난 앞에 우리모두 그날의 슬픔과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내고 있다. 어떻게 잊어야 하고 어떻게 그만두어야 하는가? 무엇이 지겹고 무엇이 해결되었다고 이만하면 되었다고 하는 것인가? 

여기 많은 청소년들이 기억의 릴레이를 이어가며 주체적으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실천들을 하고 있다. 멈추지 말고 함께 기억의 길을 걸어가길 바라본다. 기억의 힘은 세니까!
 
▲ 동백작은학교 _ 세월호참사10주기 _마임공연 _ [밥 먹고 가]
ⓒ 이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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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동백작은학교는 제주에 위치하고 있으며 생태, 인권, 평화의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 공동체이다. 14세~19세의 청소년들이 함께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배우고 실천하며 따뜻한 공동체를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평등한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배움이 즐거운 '학교를 넘어선 학교'를 꿈꾸는 학교이다.


태그:#동백작은학교, #제주대안학교, #세월호참사10주기, #세월호참4160인합창, #홀어느세월호생존자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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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동백작은학교에서 생태, 인권,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며 아이들과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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