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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엔터테인먼트 최기석 대표
 71엔터테인먼트 최기석 대표
ⓒ 최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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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비가 그치면 씽씽 부는 바람이 무척 그리워질 것이다. 이쯤 되면 2009년 화제였던 김연아 선수의 에어컨 광고 속 안무를 누가 만들었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현재 71엔터테인먼트와 모델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댄서 최기석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자칭 춤꾼이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최 대표. 그는 댄서의 길로 들어선 게 고1 때부터니, 어느덧 28년 차라고 했다. 어느날 콘서트를 보면서 무대 위 댄서들이 너무 멋지다는 생각을 하면서, 단 한 번이라도 저렇게 큰 무대에서 춤 한번 춰봤으면 다음 날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소원을 가졌단다.

그러다 우연히 백댄서를 하는 동네 선배를 만났고, 형을 만난 이후부터 오디션 한번 없이 꿈에 그리던 춤을 추게 됐다. 사발면을 먹어가며 춤꾼이 된 최기석 대표.
당시 만난 친구 중에 코요테 멤버 빽가도 있었다며 화려함 뒤엔 늘 배고픔이 뒤따랐다고 회상했다. 차비가 없어 2~3시간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면 물먹은 솜처럼 몸이 무거워 도착하자마자 꼬꾸라져 잠들기 일쑤.

그런 그가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는 역시 사람이었다고 고백했다. 인간관계에서 항상 즐겁게,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했더니 상상 이상의 결과가 따라왔다는 것이다.

보람 있을 때는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보고 즐거움이나 뭔가 좋은 느낌을 받는 사람들을 만날 때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꿈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작곡가였다. 무엇을 하더라도 최대한 오래, 최대한 멀리 좋은 영향을 주는 결과물을 세상에 남기는 것이 목표란다. 지난 13일 서산 블루플레이스 엔 에스파냐 카페에서 최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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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살부터 JYP 소속으로 일했던 댄서 최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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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시절 자신을 뒤돌아보면 어땠나?

"정말 철없고 걱정근심 없는 감사한 20대였다. 당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은 당연히 연습실과 무대에서 춤추는 일. 20대 초반은 SM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S.E.S., 보아, 신화, 플라이투더스카이 등의 무대에서 백업 댄서활동을 했다. 종종 그들의 안무도 만들었다. 소녀시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의 선생도 했다. 23살부터는 JYP 소속으로 박진영, 별, 박지윤, 원더걸스, 2PM, 미쓰에이 등과 함께 활동하면서, 인생 소원이었던 가수 비와 12개국 월드투어도 다녔다.

20대 후반에는 작곡가로 데뷔했다. JYP에서 가수들의 무대 퍼포먼스에 들어가는 댄스브레이크 파트를 여러 번 만들었다. 그때 칭찬을 너무 많이 받아 자존감 자신감이 가득 찼던 것 같다. 그러면서 직업으로 작곡가가 됐다. 작곡은 춤추다가 짬이 나면 만드는 느낌이랄까 뭐 그랬다. 비트메이킹 위주였다. 양동근·아이비가 같이 부른 노래를 만들었고, 가수 옥주현씨가 어느 프로그램에서 부를 노래도 편곡했다."
 
가수 비와 함께
 가수 비와 함께
ⓒ 최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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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에 서다 보면 본의 아니게 사고도 있었을 텐데?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가수 비의 해외공연 무대였다. 2층 무대에서 춤을 추는데 스태프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으니까 괜히 웃기려고 도를 넘어 버렸다(웃음). 그 결과는 참혹했다. 무대 뒤의 LED를 잘못 만져버려 감전이 됐다. 몸이 뒤로 꺾인 순간 힘을 줘도 안 움직여지자 나는 '아~ 이러다 죽는 건가' 싶었다. 그 짧은 찰나, 힘을 빼니 풀리더라. 그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나마 조명이 다른 곳을 비추고 있어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춤추다 무대에서 떨어지기는 낙상사고도 있다. 그래도 다들 의지력이 있으니 쓰러졌다가도 바로 정신 차리고 일어난다. 춤추다 무대가 미끄러워 넘어지기도 하고, 굴곡이 있거나 뻑뻑하여 신발이 벗겨지기도 한다. 심지어는 춤추다 말고 잠든 경우가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 어린 시절부터 '에이전시'라는 별명이 붙여졌다는데.


"맞다. 어릴 때부터 별명이 '에이전시'였다. 가수 비를 비롯해 누구라도 뮤직비디오를 찍게 되면 내가 나서서 잘 아는 댄서들 50~100명을 구해왔다. 그것은 한번 맺은 인연을 사이좋게 잘 간직했기 때문이었다. 긴 시간 살아본 건 아니지만 살다 보니 춤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인간관계더라. 그 덕분에 오디션 한번 없이 자연스럽게 SM, JYP, YG, 싸이 등의 메이저급 등에서 일도 했다. 댄서의 길로 들어설 때도, 광고 일도 모두 관계의 소중함에서 이어졌다. 그걸 너무 잘 알기에 기회만 되면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 사람이 답이라며 항상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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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 선수와 함께 .
ⓒ 최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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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현대·LG 등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한국관광공사 등 150여 개의 광고의 안무를 제작했다. 혹시 작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면?

"김연아씨의 에어컨 광고 '씽씽 불어라'와 유준상씨의 하나카드 광고 '판타스틱'이다. '씽씽 불어라'는 '트렌디한 움직임에서 시원함을 표현하라'는 주문이 있었다. 그때 떠오른 것이 태국 노천카페에서 트렌스젠더가 우리 일행에게 다가와 춤을 췄던 일화다. 그것은 바로 원더걸스의 '텔미'라는 춤으로 탄생했고, 나중에는 '씽씽 불어라'에 적용됐다."

또 하나는 탤런트 유준상의 하나카드다. 이 광고는 잠자다 말고 전화를 받았는데 '가격이 다운되는 걸 표현하라'는 주문이었다. 해서 30분 안에 만들어 보낸 케이스다. 가만 보면 아이디어는 일상에서 나오는 것 같다. 뭘 하나를 보더라도 끌리는 것이 있다면 뇌에 자동 저장하는 장점이 있다."

- 사업 성공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누누이 강조하지만 인연이다. 나는 인연을 잘 안 끊는다. 예를 들어서 카톡에 생일이 뜨면 인사라도 하고, SNS 하면서 또 보이면 '좋아요'도 누르고, DM도 보낸다. 이게 부러가 아니라 나는 원래 그렇게 살았다 어릴 때부터. 한번 맺은 사람과는 항상 연락하고 지낸다." 

- 나에게 춤은?

"그냥 제일 즐거운 취미다. 몸이 사이클에 맞춰진 느낌이랄까. 지금도 가끔 춤을 추면 처음 한두 번은 되게 힘들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워낙 몸에 배어 있다 보니 너무 가볍게 적응한다. 그래서 말인데, 나이 먹어도 불러주는 곳만 있으면 계속 춤 출 생각이다."

- 자신의 꿈이 뭔지 아직 모른다는 청소년들이 많다. 조언해준다면?

"현실적으로 말해주고 싶은 건 있다. 이거저거 그냥 당기는 것이 있으면 다 해보라. 그러다 그중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일이 있으면 그냥 직업으로 하면 된다. 좋아하는 일이라는 게 제일 성공 확률이 높은 거니까."

- 주위 분들은 대표님을 '게으른데 부지런하다'고 한다.

"게으르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빨리빨리 움직이질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좋게 본다면 항상 깊이 생각하는 편이랄까. 비행기 표를 하나를 끊더라도 다른 사람에 비해 한참 걸린다. 반대로 부지런하다는 것은 쉬지 않고 뭔가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식물 키우는 것이 좋아 늘 손을 움직인다. 영화, 음악, 술자리 등을 좋아하고, 몸을 유연하게 하기위해 요가를 한다. 주변에서 나더러 매우 피곤하게 산다고들 한다. 그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돈 주고도 하지 않나. 이 와중에 요즘은 작곡에 심취해보려고 한다."
 
71엔터테인먼트 최기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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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질문으로 꿈이 있다면 말해달라.

"마이클 잭슨, 샘옥(sam ock)처럼 오랫동안 좋은 영향을 주면서 사람들에게 큰 힘을 주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 솔직히 내겐 춤보다 작곡이 더 큰 힘이다. 어느 순간 너무 힘들 때가 있었는데 음악 하나로 내 안의 기운이 바뀌는 걸 느꼈다.

지금도 길을 가다 보면 노래가 가끔 흘러나온다. 그럴 때마다 흠칫 놀라곤 한다. 물론 케이팝 열풍으로 세계 여러나라에서도 내 노래가 흘러나올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소름 돋지 않은가. 향후 내가 가는 행로가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작곡에 많은 에너지를 쏟을 것이니 계속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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