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시작됐던 2024년 V리그 여자부 FA시장이 17일 막을 내렸다. 7개 구단에서 20명의 선수가 FA자격을 얻은 올해 FA시장에서는 각 구단이 일주일 넘게 눈치싸움을 하다가 지난 12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가 국가대표 아웃사이드히터 강소휘를 3년 총액 24억 원에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이후 FA시장이 마감되는 17일까지 6일 동안 6명의 선수가 팀을 옮기는 '대이동'이 일어났다.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강소휘가 3년 24억 원,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팀을 옮긴 이소영이 3년 21억 원 등 대어로 꼽히던 선수들이 '대박계약'을 따낸 가운데 의외의 선수가 좋은 계약을 맺기도 했다. B등급 FA 김주향이 GS칼텍스 KIXX로 이적하면서 3년 총액 7억 2000만 원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지난 2022년 GS칼텍스의 부주장 유서연이 GS칼텍스와 맺었던 3년 총액 7억 5000만 원보다 단 3000만 원이 적은 금액이다.

21일에는 팀을 옮긴 A등급 FA 4명에 대한 보상선수 지명도 마무리됐다. 기업은행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 표승주가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로 팀을 옮긴 가운데 최가은, 서채원(이상 GS칼텍스), 임혜림(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등 젊은 미들블로커 유망주들이 보상선수로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면 6명의 FA와 4명의 보상선수까지 총 10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갈아입은 올해 FA시장에서 가장 크게 전력을 보강한 팀과 전력손실이 가장 컸던 팀은 어디일까.
 
 현대건설은 향후 팀을 이끌어야 할 정지윤에게 3년 16억 5000만 원의 대형 FA계약을 안겼다.

현대건설은 향후 팀을 이끌어야 할 정지윤에게 3년 16억 5000만 원의 대형 FA계약을 안겼다. ⓒ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이소영 떠난 정관장, 보상선수 표승주 영입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지난 1일 끝난 흥국생명과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3경기 연속 풀세트 승리를 거두며 2015-2016 시즌 이후 8년 만에 챔프전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시즌이 끝난 후 아웃사이드히터 정지윤과 김주향, 왼손잡이 미들블로커 나현수가 FA자격을 얻은 현대건설은 무리한 전력보강보다는 우승전력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현대건설은 이번 FA시장을 통해 소정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14일 정지윤과 3년 총액 16억 5000만 원, 나현수와는 3년 총액 3억 6000만 원의 조건에 FA계약을 체결했다. 정지윤의 경우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고액 연봉 선수가 된 만큼 공수에서 더욱 믿음직스런 활약이 필요하다. 다만 백업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던 김주향은 좋은 조건을 제시한 GS칼텍스로 이적했는데 이번 시즌 부상으로 큰 역할을 해주지 못한 고예림이 살아난다면 김주향의 공백은 충분히 메울 수 있을 전망이다.

두 시즌 연속 챔프전 패배로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흥국생명은 전력을 보강하기는커녕 주전 미들블로커 이주아가 기업은행으로 떠나 버렸다. 흥국생명은 아웃사이드히터 김미연과 세터 이원정을 잔류시키고 아웃사이드히터 최은지를 1년 총액 1억 6000만 원에 영입했다. 그리고 이주아의 보상선수로 기업은행에서 경험을 쌓은 임혜림을 컴백시켰다. 흥국생명으로서는 다음 시즌 유망주 임혜림의 성장이 매우 중요해졌다.

2016-2017 시즌 이후 7년 만에 봄 배구에 진출해 플레이오프에서 흥국생명과 후회 없는 승부를 펼쳤던 정관장은 시즌 후 4명이 FA자격을 얻었다. 정관장은 노란 리베로와 미들블로커 박은진, 아웃사이드히터 박혜민을 잔류시켰지만 봄 배구 진출의 일등공신이었던 주장 이소영의 이적은 끝내 막지 못했다. 정관장이 이번 시즌 이소영이 주전으로 나서면서 성적이 급반등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소영의 이적은 상당히 뼈 아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정관장에게 다행스러운 부분은 이소영의 보상선수로 2020 도쿄올림픽 4강멤버 중 한 명이었던 국가대표 출신 아웃사이드히터 표승주를 데려 왔다는 점이다. 최근 세 시즌 동안 102경기에 출전해 1320득점을 기록한 표승주는 같은 기간 94경기에서 1049득점을 기록한 이소영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활약을 선보였다. 팀 적응에 어려움만 겪지 않는다면 표승주는 이소영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가장 확실한 보상선수 카드가 될 수 있다.

33억 원 투자한 기업은행의 승부수
 
 GS칼텍스를 대표하던 간판스타 강소휘는 프로 데뷔 9년 만에 GS칼텍스를 떠나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GS칼텍스를 대표하던 간판스타 강소휘는 프로 데뷔 9년 만에 GS칼텍스를 떠나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 GS칼텍스 KIXX

 
두 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한 GS칼텍스는 시즌이 끝나고 4명이 FA자격을 얻어 강소휘, 한다혜(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최은지까지 3명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한수지는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GS칼텍스는 FA시장에서 김주향을 영입했고 강소휘와 한다혜의 보상선수로 각각 미들블로커 유망주 최가은과 서채원을 데려왔지만 주력 선수가 대거 빠져 나가면서 커다란 전력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GS칼텍스가 이번 FA시장에서 가장 큰 전력손실을 경험했다면 최근 세 시즌 연속 봄 배구를 경험하지 못한 기업은행은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전력을 대폭 강화했다. 기업은행은 리그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아웃사이드히터로 꼽히는 이소영을 3년 총액 21억 원, 프로 데뷔 후 6시즌 동안 4번이나 챔프전을 경험한 미들블로커 이주아를 3년 총액 12억 원에 영입했다. 총액 기준으로 FA영입에만 무려 33억 원을 투자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은행은 김하경 세터와 연봉총액 1억 5710만 원, 미들블로커 김현정과 1억 210만 원에 FA 계약을 체결하며 '집토끼 단속'에도 성공했다. 물론 김하경 세터는 기업은행이 아시아쿼터 폰푼 게드파르드 세터와 재계약할 경우 백업으로 밀려날 확률이 높고 김현정 역시 최정민, 이주아에 김희진까지 있는 기업은행의 중앙에서 입지가 썩 크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재계약으로 기업은행의 선수층이 더욱 탄탄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시즌 6위로 떨어진 도로공사는 3년 24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액을 투자해 국가대표 아웃사이드히터 강소휘를 영입했다. 물론 강소휘가 외국인 선수나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처럼 한 시즌에 600~700득점씩 해주는 선수는 아니지만 현재 리그에서 강소휘 만큼 젊은 나이와 공격파워, 공수균형, 경험을 두루 겸비한 아웃사이드히터는 매우 드물다. 도로공사는 데뷔 첫 FA 자격을 얻은 고의정과도 총액 7500만 원에 재계약했다.

팀 내 유일한 FA였던 김해빈 리베로와의 계약을 포기한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시즌 수비 2위(세트당 6.77개)를 기록한 검증된 리베로 한다혜를 3년 총액 8억 7000만 원에 영입했다. 다만 페퍼저축은행은 리베로가 오지영에서 한다혜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눈에 보이는 전력보강이 없었고 미들블로커 유망주 서채원을 보상선수로 GS칼텍스에 내줬다. 따라서 박정아를 영입했던 지난해 만큼 눈에 보이는 전력보강은 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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