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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3월 15일 어천절인 23일 오전 11시 대전지역 일부 시민들이 대전 서구 정림동 단묘에서 단기 4357년 어천제를 봉행하고 있다.
 음력 3월 15일 어천절인 23일 오전 11시 대전지역 일부 시민들이 대전 서구 정림동 단묘에서 단기 4357년 어천제를 봉행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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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학교에서 개천절 때마다 부르던 노래다. 물의 발원지를 찾아가다보면 단군이라는 새암(샘)을 만나고, 조상의 뿌리를 찾아가다 보면 우리 조상의 출발점인 단군 할아버지와 만난다는 얘기를 노랫말로 풀었다. 그래서 개천절(開天節)은 우리나라의 건국기념일이다. 단군왕검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어천절(御天節)도 있다. 어천절은 단군이 승하한 날이다. 즉 단군의 제삿날이다.

음력 3월 15일 어천절인 23일 오전 11시 대전지역 몇몇 지역 시민들이 대전 서구 정림동 단묘(檀廟,단군사당)에서 단기 4357년 어천제를 봉행했다. 단군정 문이 열리자 단군 영정과 위패가 보였다.

'정림동 단묘'에 모인 지역 주민들 
 
이날 어천제의 초헌관은 대전 서구 초헌관은 김황석 정림동장이 맡았다.
 이날 어천제의 초헌관은 대전 서구 초헌관은 김황석 정림동장이 맡았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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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어천제의 집례는 서병채 근역서법연구원장이 맡았다. 서 원장은 와당문(瓦當文) 계승자이자 추사의 맥을 이어온 서예가다.

초헌관은 김황석 대전 서구 정림동장이 맡았다. 이어 8명의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헌관으로 참여해 제를 올렸다. 

서병채 원장은 "우리 겨레의 시조인 고조선의 첫 임금, 단군왕검의 기일을 맞아 소박하지만, 정성을 다해 어천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군왕검(檀君王儉)은 천제인 환인(桓因)의 손자이며, 환웅(桓雄)의 아들로 기원전 2333년 아사달에 도읍을 정하고 단군조선을 개국했다"라며 "민족적 얼과 뿌리 의식을 찾기 위해 제사를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이곳 대전 서구 정림동 단묘는 학자이자 서예가인 정향 조병호 선생(1914~2005) 이 충남 계룡시 두마면에 있는 단군 사당을 이 곳으로 이전 건립했다. 이후 매년 어천절과 개천절(10월 3일)에 제향을 올렸다. 그러다 조병호 선생이 1993년 지속적인 관리와 유지 보수, 제향을 위해 사당 전체를 대전대학교(학교법인 혜화학원)에 기증했다. 

대전대는 당시 "조상을 모신다는 마음으로 제를 올리고 단묘를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단묘 기증받은 대전대, 관리 안 하나 못 하나
 
음력 3월 15일 어천절인 23일 오전 11시 대전지역 일부 시민들이 대전 서구 정림동 단묘에서 단기 4357년 어천제를 봉행하고 있다.
 음력 3월 15일 어천절인 23일 오전 11시 대전지역 일부 시민들이 대전 서구 정림동 단묘에서 단기 4357년 어천제를 봉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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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전대는 이 곳을 관리하며 매년 어천제와 개천제를 지냈다. 그런데 대전대는 약 10년 전부터 사당 관리를 비롯해 제향 행사를 중단했다.

이 때문에 이날 단묘 주변 청소와 잡초 제거, 제례상 준비도 대전대 측이 아닌 기증자인 조병호 선생의 후손과 제자들이 맡았다.

어천제 행사를 준비한 지역 관계자들은 "대전대 측이 일부 개신교인들이 단군과 관련한 행사를 우상숭배로 보는 시각을 의식한 때문인지 제향 의식을 중단하고 관리마저 하지 않고 있다"라며 "이럴 거면 왜 사당을 기증받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대 관계자는 "어떤 이유로 제향 의식을 중단하고 관리를 하지 않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라며 "관련 부서와 확인 점검해 보겠다"고 답했다. 

대전대, 보존가치 인정받은 정림장도 관리 안해
 
이날 어천제는 서병채 근역서법연구원장이 집례했다. 서 원장은 와당문(瓦當文) 계승자이자 추사의 맥을 이어온 서예가다
 이날 어천제는 서병채 근역서법연구원장이 집례했다. 서 원장은 와당문(瓦當文) 계승자이자 추사의 맥을 이어온 서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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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호 선생은 단묘와 함께 정림장도 이 곳에 세웠다. 원래 1954년 충남 부여군 임천면에 세워진 건물이었는데, 단묘와 함께 이 곳으로 이축했다. 정남향 배치의 정면 6칸반, 측면 2칸반의 '一'자 형 평면 구조이며 내부 칸막이가 4중 문이고 지붕은 팔작형태로 돼 있다. 전문가들은 비지정문화재이나 지역성과 희소성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병호 선생은 정림장도 단묘와 함께 대전대에 기증했다. 하지만 대전대는 단묘는 물론 정림장 또한 관리하지 않고 있다. 

한편 충북 증평군은 증평단군전을 지난 2004년 군 향토유적 1호로 지정해 관리하며 제향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또 단군전 주변을 역사공원으로 지정했다. 
 
단묘 옆 정림장. 전문가들은 정림장에 대해 비지정문화재이나 지역성과 희소성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조병호 선생은 정림장도 단묘와 함께 대전대에 기증했지만 대전대는 단묘는 물론 정림장 또한 관리하지 않고 있다.
 단묘 옆 정림장. 전문가들은 정림장에 대해 비지정문화재이나 지역성과 희소성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조병호 선생은 정림장도 단묘와 함께 대전대에 기증했지만 대전대는 단묘는 물론 정림장 또한 관리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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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단군, #어천절, #어천제, #대전정림동단묘, #대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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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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