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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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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3 같은 반 친구로 만났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함께 듣고, 같은 반이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편지지에 적어 교환하곤 했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되었을 땐 장소가 분식집에서 카페로 바뀌었을 뿐, 우린 여전했다. 친구의 연애 이야기를 듣거나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들을 나누었다. 친구는 나보다 더 흥분해서 내 상사 욕을 해주었다. 그렇게 두세 시간 떠들고 나면 가장 큰 사이즈로 주문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바닥을 보였고 잠시나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16살 여중생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각자의 사정들로 일 년에 고작 한두 번 만남을 가지더라도 어색함이 오래가지 않던 우리는 언젠가부터 만남이 더 뜸해졌다. 오해가 있거나 크게 싸워 절교를 한 것도 아니었다.

계절이 바뀌면 카톡메시지로 안부인사를 나누었지만 서로의 일상을 소상하게 알리지도,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몇 달 전 오래된 연인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SNS를 통해 알게 됐다. 

가족 친지를 모시고 소규모로 진행하는 결혼식이라 초대받지 못했지만 결혼식 당일의 모습을 SNS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누구보다 밝고 예쁜 미소를 짓고 있는 친구의 SNS 피드를 살펴보곤 엄지 손가락으로 '좋아요'를 눌렀다. 장문의 댓글을 남기고 싶었지만 괜한 머쓱함에 "○○야, 축하해~"라는 담백한 한마디로 축하를 끝냈다.

적당한 인간관계, 생각보다 쉽지 않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성장하고,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게 학창 시절을, 직장 생활을, 가족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 가운데 인간관계는 한없이 행복하고, 평생을 함께 할 믿음을 얻기도 하지만 그 사이 작은 균열이 생기기도 하고, 서로에게 의도하지 않은 마음의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가끔은 '내가 널 이렇게까지 생각하는데 넌 왜 그래?' 생각하기도 하고, 상황이 달라져 연락이 뜸해진 친구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언젠가 이런 고민을 라디오 사연으로 보낸 적이 있다. 라디오 DJ와 게스트는 내 사연에 공감하며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변화가 있어야 변함이 없다." 

서로의 변화가 서로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변함없는 친구로 남을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친구 사이를 파도라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밀물로 아주 가까이 왔다가도 썰물로 멀어지기도 하는 것이 친구이자 인간관계라고. 파도를 인정하지 않고 썰물을 억지로 밀물로 만들기 위해 당긴다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혹여 멀어졌더라도 어떤 계기로 또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 어쩌면 인간관계의 순리가 아닐까? 

모든 인연에는 '시절'이 있다. 인연이 끊어졌다고 슬퍼하거나 서운해하지 말고 새로운 시절, 그리고 언젠가 다시 돌아올 그때의 시절을 기약하자. 

지금의 인연에 충실하다 보면 다가올 인연을 맞이할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을 테니.
 
인간관계는 밀물처럼 다가오기도, 썰물처럼 멀어지기도 한다.
 인간관계는 밀물처럼 다가오기도, 썰물처럼 멀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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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친구, #시절인연,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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