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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할게요."

교수님의 한 마디와 칠판에 적히는 세 자리의 숫자. 곧이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손가락들. 교수님이 이름을 호명하기를 기다리던 나는 옆자리 동기에게 사람들이 왜 분주하게 핸드폰을 만지는지, 교수님은 어째서 학생들 이름을 안 부르는 건지 물어보았다.

"우리 학교 스마트 출석하잖아. 너 앱 다운 안 받았어?"

그렇다. 우리 학교는 강의 출석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하는데 갓 입학한 새내기였던 나는 당연히 손을 들어야 하는 줄로 알았던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께 온라인 출결에 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 내 사정을 말씀드렸다. 그러고는 바로 우리 학교에서 사용하는 학습 관리 시스템(출석, 공지사항, 과제 등 학생들이 전반적인 학업 업무 처리)을 내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 가지고 있는 모든 스마트기기에 깔았다.

이후에 다른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을 만났을 때 물어보니, 직접 이름을 부르는 호명식 출석을 한다는 학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학교 자체 웹사이트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온라인으로 출석을 진행한다고들 했다. 
  
왜 대학들은 온라인 출석을 적극 도입하였나

꽤 많은 사람들은 출석이라는 행위가 이름이 불리면 손을 들어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요즈음 대부분의 대학은 온라인 출석 시스템을 도입하여 활용 중이다.

전자 출석 시스템의 가장 큰 이점은 교수님이 수기로 작성하는 출석부에 비해 시간을 절약해 준다는 것. 실제로 내가 들었던 몇 개의 대형 강의에서 이 온라인 출석은 엄청난 효율을 보여줬다. 호명식 출석이라면 출석에만 10분 가까이 소요됐을 것 같은데, 온라인상에서 일괄적으로 출석이 가능해지니 길어도 3분이면 100명 단위의 학생들이 출석을 끝낼 수 있다. 

다른 장점은 출결 정보 관리가 아주 용이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출결 데이터가 시스템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결석한 학생이 누구인지 등의 출결 현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수업에서 통일된 출결 시스템을 활용하니, 학생들의 출결 정보를 취합하는 행정 업무도 훨씬 수월해진다.

또 수기 출석에 비하여 담당자가 범하는 오류도 적다. 교수도 사람이기에 출석부에 표시를 잘못할 수도 있고, 슬프지만 가끔 눈이 침침한 교수님은 학생 이름을 잘못 읽으실 때가 있다. 

하지만 온라인 시스템을 이용한 출석 관리는 (서버 상의 문제가 없고, 위치 감지 기반의 시스템이 아니라면) 오류가 발생할 위험이 적다. 혹여나 무언가 오류가 생기더라도, 전산 상의 오류이지 교수의 실수는 아니기에 관리자로서의 부담은 적다(그러나 안타깝게도 학생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메일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온라인 출석의 치명적인 단점

온라인 출석 시스템은 이점이 확실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온라인 출석은 인증번호 입력, 위치 인증, 비콘 인식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저마다 결함이 존재한다.

먼저 인증번호를 활용한 전자 출석 시스템은 인증 번호만 알면 등교하지 않아도 출석이 가능하다. 교수가 온라인 출결 사이트상에서 발행한 인증 번호를 알려주면, 학생들은 이를 마감시간이 끝나기 전에 사이트에 입력하여 출석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출석을 위해 인증 번호를 입력하고 있는 모습.
▲ 온라인 출석 시작 온라인 출석을 위해 인증 번호를 입력하고 있는 모습.
ⓒ 이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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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 번호를 입력하여 온라인 출석을 완료한 모습.
▲ 온라인 출석 완료 인증 번호를 입력하여 온라인 출석을 완료한 모습.
ⓒ 이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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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학생들 사이에서 출석 인증번호를 공유하여 대리로 출석하는 경우가 다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위치 인증 기반의 출결 시스템을 사용하는 대학에서는 위치 정보 인식 오류로 인해, 학생들이 출석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발생한다. 건물 내부의 GPS 신호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결석 처리가 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인데, 이러한 문제는 강의실이 지하에 위치한 경우 더욱 빈번하다. Wi-Fi가 필수적인 위치 인증 출결 시스템의 경우, 네트워크 불안정 등 상황적인 문제로 인한 출석 오류도 발생한다.

블루투스 비콘을 활용한 출결 시스템의 기술적 결함이 여러 대학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비콘은 근거리에 있는 디지털 디바이스와 통신이 가능한 무선 통신 장치다. 강의실 특정 장소에 위치한 비콘이 학생들의 스마트기기와 소통하여 출석이 이루어진다.

이때 비콘의 신호가 약하거나, 스마트기기의 비콘 인식 실패 등 기술적 문제로 출석 오류가 빚어질 수 있다. 비콘 오류가 발생하면 학생은 해당 수업에 출석했음을 증명해야 하고, 교수는 출석 처리에 관한 학생들의 불만을 다루어야 하는, 학생과 학교 양쪽 모두 난감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비콘은 출석 시스템 외에, 교내 시설 예약 서비스에도 사용된다. 실제로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도 비콘 인식을 활용한 자리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자리 예약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종종 보인다. 나 역시 학생들이 몰리는 시험기간에 비콘 오류로 열람실 예약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도서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온라인 출석은 기계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람보다 실수는 적을지언정, 기술적인 오류로 학생과 학교 모두 난처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출결 시스템으로 학생들에게 더 나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온라인 출석과 수기 출석의 장단점을 살린 절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종이책은 선택, 전자기기는 필수

이제 대학에서 전자기기는 논쟁의 여지가 필요 없는 필수 항목이다. 온라인 출석이 보편화되면서, 스마트 기기는 출석뿐 아니라 수업 참여와 학습에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온라인 강의의 급격한 증가는 전자기기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대부분의 대학 강의는 PDF나 PPT 형식으로 수업 자료를 제공하며,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태블릿이나 노트북으로 전자 문서를 보며 공부한다. 

실제로 요즈음 대학 강의실을 들여다보면, 종이 교재를 사용하는 교수는 드물며,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자기기를 통해 강의를 수강한다. 이는 무거운 강의 서적들을 가지고 다니는 체력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여러 과목의 자료를 한 스마트기기에 모아두어 접근성과 편리성을 높인다.

그러나 동시에 스마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동의 없는 강의 녹음, 강의 시간에 수업을 듣는 척하며 스마트기기로 개인 업무를 처리하는 등 수업 환경이 나빠진다. 전자기기 사용으로 인한 안구 건강 악화와 집중력 저하 역시 우려되는 문제이다.

이제 스마트 기기는 대학 생활에서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스마트기기가 가져오는 편리함과 함께 학습 환경을 저해하는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고려하여 학습 편의성을 유지하면서도, 스마트 기기 사용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 모색이 절실하다.

태그:#대학교, #온라인출석, #대학생, #스마트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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