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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의 <진달래꽃>에 다가서는 가장 큰 알맹이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를 어떻게 푸느냐다. 학교에서는 이를 반어로 보고 이별의 슬픔을 겉으로 이겨내고 있는 것 같지 보이지만, 속으로 삼키는 여인의 모습으로 이 시를 가르친다. 이것이 우리 겨레의 전통 여인의 모습이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수업을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먼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그대로 설명 해주고, 덧붙여 이 시를 또 다르게 만가(輓歌)로도 볼 수 있음을 설명해 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과의 이별에서 꽃을 뿌리는 행위는 죽음과 관련되었을 때이다. 둘째,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서 보듯 임이 내 곁을 떠난 것이 아니라 현재 시적화자는 임과 함께 하고 있다. 곧 임을 떠날 것을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복한 순간이 깨어질까 봐 속으로 두려워는 할 수 있지만 이것을 말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우리말에 ‘말이 씨 된다’는 속담이 있듯, 더구나 이러한 상황을 문학으로 형상화하는 글감으로 삼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즈려’라는 시어이다. ‘즈려’를 교과서에는 ‘힘주어 밟는 것’이라고 풀이 해놓다. 그렇다면 사뿐히 즈려 밟는 것은 어떻게 밟는 것인지 설명할 길이 없다.

첫째 도막은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죽었을 때, 흔히 ‘내 보기 싫다고 너 혼자 좋은 곳으로 먼저 가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라며 넋두리를 한다. 이렇게 보면 첫째 도막은 아주 자연스럽게 풀이된다. 사랑하는 임이 죽고 난 다음의 홀로 남은 시적화자의 넋두리이다.

둘째 도막의 진달래꽃을 따다 뿌리는 행위는 죽은 임이 좋은 곳으로 가길 비는 행동의 표현이고, 셋째 도막에서 ‘즈려’를 ‘지레’로 보면 어떨까 한다. 그러면 임이 먼저 좋은 곳에 가 있으면 나도 곧 뒤따라가겠다는 마음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네 번째 도막은 반어로 볼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살아있는 사람이 너무 슬퍼하면 죽은 영혼이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구천으로 떠돌기에 너무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도막은 임이 내 곁을 떠난 것이 너무 슬프지만 그 슬픔을 그대로 드러내면 임이 좋은 곳에 가지 못하므로 그 슬픔을 참는 시적화자의 모습으로 읽힌다.

이렇게 풀이하고 나면 학생들이 묻는다. 만가로 해석하면 잘 풀리어지는데 왜 그렇게 해석하면 안 되느냐고. 할 말이 없다. 우리 학문의 틀이 너무 단단하여 그 껍질을 깨뜨리기가 힘드니, 그것은 앞으로 여러분들의 몫이라는 어쭙잖은 말로 슬며시 빠져나간다.

이렇게 해석하든 저렇게 해석하든 이 시의 알맹이는 시적화자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이다. 교과서에도 물음으로 나와 있고 해서 아이들에게 시적화자에서 말해주고 싶은 바를 써보게 하였다. 아이들은 사랑과 이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일고 싶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별을 가정하고 있는 시적화자에게
당신의 슬픈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떠나가려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네요. 붙잡고 싶은 마음, 모르는 것은 아니나 사랑이란 본디 두 사람이 같은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해야 하는데 떠나갈 그 사람은 이미 마음의 끈을 정리한 것 같습니다. 그 끈을 다시 잡게 하기에는 많이 힘들 거예요.

사랑의 마음은 인력으로 어찌 할 수 없을 때가 있어, 많은 사람들은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슬퍼합니다. 하지만 사랑이 결코 인력으로 움직이지 않기에 그 사랑을 얻었을 때의 기쁨은 더욱 크고 또 더욱 소중한 것은 아닐까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나 상처받은 사람을 달랠 때 쓰는 흔한 말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이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당신 또한 살아있는 한 언제라도 누군가와 사랑할 수 있고, 당신 곁을 언젠가 떠날 그 사랑. 당신이 눈물로 붙잡은 그 사람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고, 당신도 그 사람에게 푹 빠지는 그 사랑이 다시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

당신이 살아갈 날은 오늘이 끝이 아니고, 사랑할 날도 앞으로 많이 남았습니다. 떠나갈 사람에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당신이 누군가와 정말 사랑하게 되었을 때에 지금의 이별을 감사하며 웃을 날이 곧 올지도 모르잖아요? 슬퍼하여 자신의 예쁜 마음을 찌푸리게 하지 말아요. 사랑하는 이여. (대덕여고 1학년 한아름)


아름이 글에는 시적화자의 아픔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위로하는 아름이의 예쁜 마음이 그대로 묻어있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함께 해야 하는데 이미 상대방이 사랑의 끈을 정리하였으니 그 사람을 잊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삶에서 사랑은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니 다시 찾아 올 사랑을 위해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하고 있다.

사랑하는 임을 먼저 보낸 시적화자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 곁을 떠났다고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요. 떠나가신 그 분도 아름다운 꽃길 따라 좋은 곳으로 가실 거예요. 임을 좋은 곳으로 잘 보내기 위해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고 위해 애쓰는 당신의 마음을 그 사람도 알거에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별이 된다는 얘기가 있죠. 진달래꽃으로 축복받은 그 사람이 당신 눈을 이끄는 별이 되어 오늘 밤하늘에 빛나고 있을지도 몰라요. 당신 눈동자 속에 눈물과 같이 빛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아름다운 마음으로 아름답게 보낸 사람은 그렇게 아름다운 별이 되어 가는 길을 살펴준 당신을 바라보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너무 슬퍼말아요.

오늘이 삶의 끝이 아니잖아요. 오늘 당신이 참은 눈물만큼, 당신이 겪은 슬픔만큼 더 큰 행복과 행운이 저 별이 당신과 함께 하길 빌어요. 먼 훗날 그 분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눈물 닦고 힘내세요. (대덕여고 1학년 이수혜)


위 글은 시적화자가 뿌려 준 진달래 꽃길을 밟고 사랑하는 임이 좋은 곳으로 가 계실 것이라며 시적화자를 위로 하고 있다. 또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되는데 시적화자는 진달래꽃의 아름다운 축복을 받았으니, 아름다운 별이 되어 시적화자를 지켜볼 것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하고 있다. 수혜의 글에는 그의 아름다운 마음이 그대로 묻어 나있다.

이렇게 우리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위로할 줄 아는 한결같이 예쁜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앞을 내다보며 현재를 참고 견뎌야 함도 알고 있다.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하며 배운다. 그들의 맑고 예쁜 마음을.

덧붙이는 글 | 김소월의 <진달래꽃> 풀이는 유재천 교수의 논문 <소월 시의 님의 실체에 대한 재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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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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