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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연구원 누리집 첫화면.
 충남연구원 누리집 첫화면.
ⓒ 충남연구원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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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임기가 끝나는 유동훈 충남연구원장이 지난 1월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현재 새로운 원장을 뽑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일 모집 공고가 이뤄졌고, 16일까지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최소 2명 이상이 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오는 21일 1차 서류심사, 28일 2차 면접전형을 진행하고, 이사회 의결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사장인 도지사가 최종 임명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원장 공모에 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진 A씨와 관련해 연구원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한국노총 충남연구원지부 '성희롱·갑질피해대책위'는 19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희롱과 갑질 논란으로 힘들어하는 피해자들을 무고죄로 고소했던 사람이 조직을 잘 이끌 수 있겠는가?"라며 임원추천위원회의 철저한 후보 검증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자료와 대책위 관계자 및 성희롱 피해자 등의 발언 등을 종합하면, 2019년 1월 30일 충남도청 한 부서와 출자출연기관인 충남연구원 한 부서간 업무협의를 위해 12명이 참석한 회식 자리에서, 당시 도청 과장이었던 A씨가 여성 연구원의 외모를 평가하는 듯한 말을 했다. 몇몇 사람들이 한 연구원에게 "B씨(성희롱 피해자)보다 젊어 보인다"고 말하자, A씨는 B씨에게 "폐경기가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충남도 성희롱 고충심의위, "성희롱에 해당"

성적 불쾌감을 느낀 B씨는 약 일주일 뒤 충남연구원 고충상담원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2019년 3월 25일 열린 성희롱고충처리위원회가 성희롱을 인정하면서 사건은 충남도청으로 이첩됐다. 그해 5월 21일 충남도청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가 열렸고,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려 그 다음날 진정인 B씨에게 심의 결과를 안내했다.
 
충청남도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가 피해자 B씨에게 발송한 "성희롱 해당" 의결 안내 공문(2019년 5월 22일)
 충청남도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가 피해자 B씨에게 발송한 "성희롱 해당" 의결 안내 공문(2019년 5월 22일)
ⓒ 충남도 여성가족정책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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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의혹 조사과정에서 B씨를 포함한 충남연구원 소속 연구원 3명이 A씨로부터 폭언 등 갑질을 당한 사실도 드러났다. 충남도청 인권센터는 갑질 사안에 대해 2019년 5월 14일 결정문을 냈다. 인권센터는 당시 충남도지사에게 "피신청인 A씨에 대해 인권교육 수강을 명하고, 용역과 위·수탁 업무를 수행하는 충남도청 전 부서에 대해 갑질 예방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할 것"을 주문했다.

성희롱과 갑질 의혹에 대한 공식적인 판단이 나오자, 충남도 감사위원회는 그해 10월 29일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에 따라 충남도청 인사위원회는 2019년 12월 20일 A씨에게 '견책' 징계를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충남도 소청심사위원회에 '징계 취소'를 청구했는데, 이때 반전이 일어났다. 2020년 2월 3일 소청심사위원회가 A씨의 청구를 인용한 것이다.

엇갈린 판단: 도 인사위 vs. 소청심사위
 

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은 2020년 당시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첫째, 지방공무원 징계규칙 제5조제2항에 따라 성희롱은 징계를 감경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징계 취소가 가능했는가? 둘째, 당시 소청심사위원회는 "구체적·객관적 성희롱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어 만장일치로 징계 무효를 결정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피해자 중심주의가 작동해야 할 성희롱 사안에 '객관적 증명' 기준을 들이대는 게 온당한가?

충남도의원의 문제 제기도 있었다. 2020년 6월 15일에 열린 제321회 정례회 2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이선영 충남도의원(비례, 정의당)은 "소청인의 진술만을 듣고 도청 인사위원회에서 내린 징계 건을 무효 처분한 것은 유감"이라며 "독립기관인 소청심사위원회가 징계양정 건에 대해 적절치 않은 판단을 내렸을 경우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이 감사위원회에 없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5년 전에 발생한 성희롱 논란이 올해 충남연구원장 공모 과정에서 다시 불거진 이유는 무엇일까. 성희롱·갑질피해대책위 관계자는 "당시 논란의 중심에 있던 A씨가 성희롱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 B씨와 증인을 무고죄로 경찰에 고소하여 갈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무고건은 2020년 2월 대전지검 천안지청이 '피의자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했다).

A씨 "소청심사위, 징계 취소청구 인용.... 성희롱과 갑질은 없었다"
대책위 "소청 판단 납득 어렵지만... 징계 취소이지 가해사실 사라지는 거 아냐"

 
2월 19일 오전, 한국노총 충남연구원지부 ‘성희롱·갑질피해대책위’가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장 후보 A씨에 대한 검증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2월 19일 오전, 한국노총 충남연구원지부 ‘성희롱·갑질피해대책위’가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장 후보 A씨에 대한 검증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 신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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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과 조례에 따라 만들어진 소청심사위에서 제가 낸 징계 취소 청구를 만장일치로 인용했기 때문에 성희롱과 갑질은 애초부터 없던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충남연구원장이 되신다면 성희롱과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연구원들은 2차 가해로 느낄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A씨는 "그분들이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제가 불이익을 주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연구원 발전을 위해 포용해 나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성희롱·갑질피해대책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청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설사 그 결정을 인정한다 해도 징계가 취소된 것일 뿐 A씨의 가해 사실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성희롱 및 갑질 피해자 B씨는 "만약 그 사람이 원장으로 온다면? 2차 가해라고 생각한다. 2019년 당시에는 도청 공무원과 연구원의 관계였는데, 그분이 충남연구원장이 되면 직속상관이 되는 것이라 더욱 고통스러울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태그:#충남연구원장, #성희롱논란, #충남도소청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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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전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맘껏 놀고, 즐겁게 공부하며, 대학에 안 가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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