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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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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제쳐두고, 이제부터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야권에 그 책임을 물어야하지 않을까요?"

패자에 대한 질책을 기대했는데,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은 지난 총선 승자인 거대 야당부터 압박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환경부장관이었던 그는 "촛불 혁명으로 정권교체를 한 시민들은 '이제는 잘 하겠지'하고 (민주당을) 믿어줬는데, 저도 책임이 크지만 끝까지 (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학습효과가 있다"면서 이제는 국민들이 윤석열 정권 퇴행을 막을 막강한 의회권력을 야당에게 부여했으니, 그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은 환경주의자를 '악'으로 규정... 멘탈 구조 이해할 수 없다"
 
▲ [환경새뜸] “윤석열 제쳐두고, 이젠 거대야당에 책임 묻자”...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인터뷰 #4대강 #총선 #세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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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실에서 김 전 장관을 인터뷰했다. 이날 그는 금강에서 활동해 온 대전충남녹색연합의 임도훈, 김성중 환경운동가를 만나 윤석열 정부의 4대강 정책의 문제점과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면서 가지고 온 작은 노트에 빼곡하게 메모를 했다.

약식 간담회를 마친 김 전 장관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권의 환경정책 기조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짧고 단정적인 어투로 다음과 같이 일축했다.

"총선에서 참패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방향은 맞다' '공직기강부터 잘 잡아라'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선거에서 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얘기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 멘탈 구조를 이해할 수 없었죠. 정부가 퇴행적 환경 정책 기조를 바꿀 것으로 기대할 수 없겠죠."

김 전 장관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환경부장관이 환경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임명했다고 말했는데, 이 말 한마디만 들어도 그가 생태적인 인식이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소위 환경주의자들은 국가정책에 반대만하는 '악'으로 설정해놓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장관은 "환경을 보존하는 이유는 생태적인 것이 없어지면 인간도 살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환경운동이 인간에 대한 반대행위인 것으로 잘못 인식하는 것이 윤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이고, 두 번째는 환경보존이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즉 경제가 발전하려면 환경훼손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지난 26일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실을 방문해 금강에서 활동해온 환경단체 인사들의 이야기를 노트에 메모하고 있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지난 26일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실을 방문해 금강에서 활동해온 환경단체 인사들의 이야기를 노트에 메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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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 압박해야 하는 까닭... "문재인 정부 때의 학습효과"

이날 김 전 장관이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야당의 견제 역할에 방점을 찍은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렇다면 22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포함 175석을 획득한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장관이 기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의 의석수는 192석에 달한다.  

"저는 아무 것도 안 하면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 등 야당에 표를 준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을 움직여야 합니다. 특히 환경 가치는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에 시민사회나 국민들의 역할이 더 필요하죠. 우리가 촛불 위에 세웠던 문재인 정부 때 이미 해보지 않았나요? 정부를 바꾸면 다 잘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안 그랬잖아요."

결국 야당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지원을 하고, 때로는 채찍도 휘둘러야 한다는 말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제기된 퇴행적인 환경 정책 중 문재인 정부 때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 폐기를 빼놓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1월, 세종보 해체와 공주보 부분해체 등 금강과 영산강에 있는 5개 보의 처리를 결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2023년 8월, 감사원이 내놓은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빌미로 전 정권의 결정을 취소했다. 오는 5월부터 6년여 동안 수문을 전면 개방했던 세종보를 재가동할 예정이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우)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있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우)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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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절망적인 부분은..."

김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4대강 정책에 대해 "대표적인 현안이기에 대표적으로 뒤로 갈 것"이라고 우려한 뒤 이같이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절망적인 부분은 어떤 제도나 주장이 있으면, 이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왔는지를 생각해보거나 공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환경정책이 만들어진 건 무분별한 개발 행위가 환경 전체를 망가뜨리고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겁니다."

그가 환경부장관으로 재임했을 시기, 환경부는 과학적인 4대강 모니터링 자료를 발표했었다. 2018년 6월 국무조정실, 환경부,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배포한 '4대강 보 개방 1년 중간결과 및 향후계획 발표' 보도자료에는 "수질의 경우, 보 개방 이후 개방 폭이 큰 보를 중심으로 조류 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보 수문을 완전히 개방한 세종보, 공주보에서는 조류농도(클로로필 a)가 개방 전에 비해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시돼 있다. 

같은 날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도 15개 보가 설치된 4대강 수계 22곳의 수생태계 건강성을 보 설치 전인 2008년~2009년과 보 설치 후인 2013~2016년을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보 설치 후 건강성이 가장 크게 하락한 보는 세종보였다. 어류는 '좋음 B'에서 '나쁨 D' 등급, 저서동물은 '보통 C'에서 '매우 나쁨 E' 등급으로 하락했다. 특히 어류 조사에서 세종보는 보 설치 전 평균 772마리에서 110마리로 85.8%가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의 세종보 재가동... 정책이 아니라 몽니"
  
세종보 재가동을 앞두고 세종시가 세종보 주변 퇴적지의 준설과 수목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세종보 재가동을 앞두고 세종시가 세종보 주변 퇴적지의 준설과 수목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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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전 정권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한 채 '댐 건설' '하천 준설' 등의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4대강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최근 <오마이뉴스>가 올렸던 세종보 공사 사진(위 사진)을 보면서, 저기 어느 구석에서 자연생태가 살아있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절망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어 "문재인 정부 때 수문을 열어 데이터를 축적하는 등의 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해서 실제로 한 개 보도 해체하지 못하고 (정권이) 끝나버렸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친 뒤 "지금부터라도 국회와 시민사회가 노력해서 문재인 정부 때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의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려야만, 환경인식을 가진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한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오는 5월로 예정된 세종보 재가동 문제에 대해 "물은 갇히면 썩고, 그 썩은 물은 물이 아니라 오염수"라며 "(세종보 재가동은) 정책이 아니라 몽니라고 봐야 한다. (물정책) 역사적으로도 토건세력들이 배를 불리던 30년 전으로 후퇴하는 것이며 이론적으로도 전혀 이점이 없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정책을 재자연화로 잡은 것은 이전 정부들의 정책을 반대하기 위한 게 아니라, 그 정책이 자연생태계 전체를 구하는 길이고, 수십 년 동안 세계의 많은 집단 지성이 만들어놓은 물정책 방향을 수행하는 길이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단순히 진영 논리가 아닌 환경 정책의 오랜 방향을 다시 한 번 살펴보셔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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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노점상 정비해 자연환경 살린 추진력 기대"

이날 김 전 장관은 지난 총선에서 승리한 거대야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했다.

"저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지낼 때 산골짜기(남한산성 내 도립공원) 노점상을 정비해서 그곳의 자연환경을 복원했을 때 감동을 받았습니다. (4대강 문제도) 올바른 방향으로 당시의 추진력이 다시 한 번 발휘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김 전 장관은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짐을 챙긴 뒤 "영산강에서 활동하는 환경단체 관계자와의 약속 시간이 늦었다"고 말하면서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실을 나섰다.  

태그:#세종보, #4대강사업, #4대강, #금강,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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